시장을 돌아 오는데 키가 조그만 아저씨가 무척이나 분주하시다.
구리빛 얼굴에 손톱이 새까맣다.푸른 호박이 겉늙었는지 단단해 보였다.
속을 파내고 찌게를 해서 드리면 좋아하던 아버지였는데..
호박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였는데..애호박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곤 한다.
한 단에 500원이라고 적힌 종이 조각을 꽂아 놓은 것이 고구마 줄기였다.
검정색 매직으로 정찰제 흉내를 낸 것 같아 피식 웃었다.
아님 일일이 가격을 대답하려니 기운이 달리신걸까..
고구마줄기볶음은 큰아이가 좋아한다.
푸성귀를 좋아하는 나도 물론 좋아한다.
어릴 때 여름이면 고구마 줄기 벗기느라 엄마 손톱은 까만 물이 들었었다.
우리는 고구마줄기 하나를 똑똑 부러지지 않게 연결하여
목에도 걸고 팔에도 걸고 주렁주렁 매달아 무슨 멋이나 난다고 그랬는지 그랬었다.
고구마줄기를 까다가 목걸이 하나 만들었다.
에게게..이게 뭐야..하는 아이.
엄마 어렸을 땐 이것도 놀잇감이었었다 왜 이러셩~~? ^^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냄새가 코 아래서 맴돌았다.
나머지 고순을 다 깔 때 까지 걸려있던 목걸이는 그 새 시들들해져있다.
목으로 빼내는데 툭~하고 끊어져 버린다.
후후후,,이러면 작은 매듭같은 줄기를 하나하나 떼서 먹기도 했었는데
그땐 달작지근 했던 것 같은데 그 맛은 온데간데 없고,
야릇하고 떫떠름한 맛이 입 속에서 맴돌았다.
볶은 나물도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으니 입맛도 변했나보다.
그때 엄마는 어떤 양념으로 볶아 주셨는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랑의 양념이 듬뿍 들어갔기 때문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