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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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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난다, 복숭아!


BY 김정숙 2003-08-06

기억이 난다.
봄이었고 내 나이 다섯 혹은 여섯이엇다.
밑의 집의 동갑내기 정임이와 우리집 복숭아 밭에 갔다.
복숭아밭은 하보고개 라는곳 가까이 있엇다.
하보고개는 나환자 촌 옆이었고
어떤 이유에서 우리들이 잘 안 가는 곳이었다.

그때 복숭아 밭엔 푸릇푸릇한 복숭아가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열려 있엇다. 우린 치마폭에 복숭아를 많이도 땄다.
한입 깨물어 보았다.
아마 맛이 없고 떫었으리라.

쓰고 떫은 복숭아를 버리고 우린 끝없이
다른 것을 한입 베물고 버리고
한입 버리고 베물기를 계속했다

자꾸만 짜꾸만 먹고 퇴하고 뱉어내기를 반복하였다.


어디선가 요놈 하면서 우뢰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비백산하여 우리 둘은 달아났다. 언덕을 겅중겅중 뛰어넘고 무논에 발도 푸욱 빠지면서 무사히 집에 귀환햇다.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열이 나기 시작하여 밤새도록 펄펄 몸에 불이 났다.
아마 태어나고 처음으로 병원이란 곳에 간게 아닐까?

아랫장터 자산 소아과라는 곳이엇다.
하얀 가운의 간호사가 내 엉덩이를 들추고 주사를 놓아 주려 했다.

난 눈을 감고 있었고 주사바늘이 어떻게 생긴 건지 보진 못했다.

탁탁탁 간호사 언니가 내 엉덩이 몇 번 때리고 순간 뭉툭하면서 우리한 < 이 말의 표준말을 모르겠다> 아픔이 .....
철썩하면서 더 세게 때리고 살살살 문질러주고....
그때 주사바늘이 내 팔뚝보다 더 굵었을 것 같다.
밤새도록 몸이 불덩어리였고.
그 무렵엔 과일이 무지 귀하던 시기였는데
엄마가 모처럼 쪼글 쪼글한 사과를 세개  시장에가서 사가지고와서 숟가락으로 사과의 속살을 파서 아해봐라 하면 아하고 입을 벌리고 새끼새처럼 받아 먹었던....

몸은 아팠지만 사랑이 넘치던 기억....

그러한 기억이 지금 되살아난다.

더불어서 정임이의 손등에 공동묘지의 산소들처럼

볼록볼록하게 사마귀가 나있던 생각도 난다.

정임아, 어떻게 하면 사마귀가 돋아나는데?

부러워서 내가 묻자 정임이는 비오는 날

 처마밑에서 두 손을 쫘악 펴고 빗물을 맞아야된다고 가르쳐주었고..

 

지금같은 여름날 비가  퍼부을 때 처마밑에서 하염없이 두 손을 좌악 펴고

손등에 비를 맞던 기억이 난다.

그 방법이 주효햇던지 내 손등에도 짜그마하게 사마귀가 돋아낫고

, 비를 하루만 맞아서인지 서너개에 그치고

  정임이처럼 무수하게 많이 돋아나진 않았던 그때 약간 아쉬웠던 그  철없던 마음에 대한 기억이 잔잔하게  되살아난다.

 

요즘 우리 애들에게 피부에 돋아난 사마귀를 무척 부러워 했던 얘길 하면 어떤 표정일까?


애들이 다른 친구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최신형 칼라 휴대폰 같은것 아닐까?

 

복숭아,

내 마음안에  채 자라지도못한 풋 복숭아 한아름 치마폭에 따고 부러워할 것 없었던 그 때의 풍요로운 마음도 다시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