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인지,낮에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나면 이렇게 잠이 오질 않는다. 난 이런 날이 오히려 좋긴 하다. 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런 날엔 이렇게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아줌마 컴에 들어와 나의 속마음 털어 놓을 수도 있으니까.
사실 오늘 오후(아니 어제가 되어 버렸네) 참 기분 더러운 일이 있었다.
물론 자식 얘기에는 어느 부모인들 안 그렇겠냐마는.
아들(참고로 초등3)친구 집에 오후 늦게 우연히 차 한잔 할 계기가 되었다.
평소 별로 가깝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 집이었지만,그렇게 되었다.
왜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냐면 같은 아파트라도 그 집에 아들이 놀러 다녀오면 아들은 엄마 우리도 누구네 집처럼 넓었으면 좋겠다라고 몇년전 아들이 속 없이 한 말이 난 걸렸기 때문이다.
근데,그 집 아들이 얼마 전 우리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왔다.
아들 반으로.
방학동안 아이들의 생활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는 지라 우린 자연스럽
게 방학계획을 얘기 하게 되었고,얼마전 치런 시험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우리아들 요즘 학교 다녀오면 자전거 타고 잘 논다고 했더니,그 엄
마는 자기 아들은 시간이 없이 바쁘단다.
내 알기로 아마 이름 났다는 그 'ㄱ'영어레슨에,어렵다는 'ㅇ'수학 과외에,서예학원에,국악 머시기에,등등,방학 과학 캠프,스키 캠프...
난 사실 그럴 형편이 안되어 영어도 얻은 교재로 내가,서점에서 산
문제집으로 그것도 많아서 지겨워 할까봐 한 장씩,가능하면 내 선에서
해결 하려고 노력 중인데,조금 궁상 떤다고 할까 속이 안 좋던 차에,
이번 시험에 자기 아들 시험 공부 안하고,못봐서 만점이 세과목 뿐이라나.
우리 아들 하나랬는데.
그리고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슬쩍 물어 보니 우리 아들 글씨 못
써 나머지 했다 그러고,수업시간에 연필로 칼 싸움 했다며,우리 아들
보고,얘 너 누구야,너 칼싸움 그렇게 잘한다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참 못난 엄마죠.
집에 오는 길에 아들 보고 그랬죠.
"너,수업시간에 칼싸움 했냐?"
"엄만,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데,그런 짓을 해!"
집에 와서 또 물었죠.
"너,글씨 못써서 맨날 나머지 하냐?"
"엄마,우리반은 나머지하는 것 없어."
전 아들을 믿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한 글씨 했거든요.
선생님 대신 판서도 많이 했고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예요.
학교에서는 집에서 레슨으로 배워 간 거 평가하는 곳인 듯 하네요.
학교에서 뭘 한다더라 하면,엄마들은 그걸 미리 배워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그건 사교육으로 돈 들일 일이 없어야지요.
학교에서 안 배우는것 그런 것 배우면 좋지요.
학교에서는 붓글씨도 하고 그림도 하고,컴도 하고,영어도 가르치는데.
왜,제가 지금 속상해 해야 하나요.
전 제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 되는데.
왜,과외를 하지 않고,학원을 다니지 않고,영어 해외 연수를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불안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우리가족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싶고요.
주관이라는 말로 저의 옹색함을 덮고 싶진 않네요.
모든 사람들이 예스 할때,노라고하면 왕따 당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노 할때,예스라고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