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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3

약속


BY cosmos03 2001-12-02

1 년전의 약속대로 난, 여기서 20 여리가 넘는 곳으로 김장을 해 주러 갑니다.
아침.
눈 뜨기가 힘이 듭니다.
출근과 등교시간에 맞추어 밥만 해 먹이고는 바로 누워서 잠을 자던 습관에
툭툭 털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근하는 남편의 차에 동승을 합니다.
손님이 손을 들어도 약속이라는것이 되어 있으니
그냥 빈 차로 달릴수 밖에요.
그렇게 서둘러 김장을 해 주기로 한집에 도착을 합니다.
서둘러 준비를 한 까닭에 아침 9 시도 안되었읍니다.
다른때 같으면 아마도 이불속에서 한참을 코를 곯고 있겠지요.
이왕지사 남의일을 해 주려 온것이니 밝은얼굴이어야겠기에
잠조차 채 깨지 않은 얼굴로 생글 거립니다.

집 주인과 그집 시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30 여포기를 한다고 하여 별 걱정은 돼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도착을 해 보니 그집 시누이는 볼일이 있어 못 온다고 합니다.
결국은 장사를 하는 그 친구와 나 이렇게 둘이서 김장을 해야 합니다.
절구어온 배추를 씻고 버무려 넣어야하는데...
손님이 주문을 합니다.
치킨 5 마리 주문.
" 형님! 나 요것만 튀겨주고... "
그리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갑니다.
시작도 하지 않아 나 혼자만 덩그마니 남습니다.

그냥, 혼자서 씻습니다.
소쿠리에 받쳐서는 물기를 뺍니다.
양념을 해야하는데 혼자손이라 힘이듭니다.
고무장갑을 꼈다 뺏다...
다 해 주었다며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며 그 친구는 들어옵니다.
무 채를 썰고, 파와 미나리...갓등을 썰다보니 다시금 전화가 울립니다.
" 형님, 또 주문이네 "
" 야! 무슨놈의 치킨을 대낮부터 그리들 먹는다냐? "
은근히 화가 납니다.
" 글쎄 말야... "
멎적게 웃고는 그 친구는 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혼자 남아있는 나.
( 내 내년부터는 와서 해 주나봐라 )
속으로의 다짐을 난 합니다.
그리곤 다시 혼자서 버무려서는 간도 대충보며 김치통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기분좋게 남의 일 해 주어야지~
생각은 그렇게 해도 은근히 나는 심통은 어쩔수가 없읍니다.
공연히 부아가 치밉니다.
세명이서 한다고 해 놓고는 나 혼자 해야된다는게
여~엉 화가 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속 좁은 여자가 되고 싶지 않기에요.

마음속엔 부아가 끓고 있지만 얼굴 윤곽은 활짝~ 핍니다.
눈 웃음까지 생글 거리며 칩니다.
" 형님! 너무 맛있다. 역시, 형님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
그 친구의 아부에 금새 기분이 좋아지는게 역시 나는 속물입니다.
조금은 부애 났던게 풀리는거 같습니다.
( 그래! 이왕지사 해 주는거 기분좋게 해 주자 )
마음속으로 아까와는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정말로 내년부터는 안 해 줄껍니다.
세월이 가르키는지... 나이는 속일수가 없나 봅니다.
배추 34 포기... 혼자 하기엔 힘에 부칩니다.
야속한 손님들은 계속해서 주문을 하나 봅니다.
쥔네는 계속 미안해 하구요.
오후 2 시가 넘어갑니다.
슬슬 배 까지 ?杵틸?求?
혼자 손으로라도 얼추 김장이 끝나갑니다.

뒷 마무리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생 맥주 한잔을 따라와서는
싫다는 내 입에 강제로 부어줍니다.
ㅋ ㅑ! 좋습니다. 시원 합니다.
" 고만 나와. 점심먹게 "
그네는 말합니다.
한 깔끔 떠는 내가 뒷 마무리도 않고 나갑니까?
아니요.
이왕지사 시작한일...마무리 까지 깔끔하게 해 줍니다.
고추가루가 범벅이된 바닥까지 닦고는 밖으로 나가니 김이 모락거리고 나는
밥상이 차려져 있읍니다.
그렇게 쏟아지던 주문은 김장이 끝나자 주문도 끝납니다.
역시 일복 많은 사람은 다른가 봅니다.
따끈하고 맛나게 튀겨낸 치킨과 생 맥주를 아주큰 그라스에 따라옵니다.
점심도 먹지 않은 빈 속이라 그런지 아까껏까지 취기가 알딸딸 밀려 옵니다.
딸딸한 취기속에서 그네가 말합니다.
" 형님! 내년에도 또 와서 해 줘야돼 "
" 아녀, 싫어. 내년엔 안와. "
단호히 거절을 합니다.

맥주잔은 비우기가 무섭게 채워집니다.
꿀꺽꿀꺽... 잘도 넘어갑니다.
치킨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맥주의맛이 한층 더 시원하고 맛잇게 느껴집니다.
힘든 일도 해 놓았고..
여러잔을 마셔 놓으니 취기가 꽤나 오릅니다.
다시한번 그네는 묻습니다.
" 형님! 내년에도 또 해 줄꺼지? "
" 내년? 그럼~ 이 사람아 내가 안하면 누가하냐? "
이런... 그렇게 내 다시는 안한다고 해 놓고는... 덥석 또 다시 약속을 하고 맙니다.
난..여린것인지, 아님 바보인지..
한번 해 놓은 약속은 거의 200 % 지키는 사람인데..
오늘부터 난 또 그놈의 약속에 많은 부담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다시는 약속 같은거 하지 않는다 해 놓고는...
그놈의 맥주 몇잔에 사람좋은 웃음으로 그럼! 을 해 버렸읍니다.
올 한해도 건강해서는 내년의 약속을 지켜야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