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무실에서 친정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 녀석 이가 심상치 않아 친정엄마한테
병원에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었지요.
그런데 우리 동네 병원이 아닌 아이들 전문 치과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친정엄마가 동네 치과에 갔더니
그 치과로 가보라고 소개해 주었다나요.
그런데 그 전문치과 의사가 할머니한테는 설명할 수 없으니,
엄마가 직접 와서 설명을 듣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구 하더래요.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하는 말.
단순 충치가 아니라나요?
그러면서 아들 녀석 이를 구석구석 보여주는데,
진짜로 두더지가 굴 만들어놓은 것처럼
새로 나고 있는 영구치가 이리저리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거예요.
범랑질 형성 부정이라니 어쩐다나..
원인이 뭐냐니까, 의사 말이 그러드라구요.
뭐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돌 무렵 열이 많이 나는 병을 심하게 앓으면 그렇게 되는 수도 있다고.
그렇답니다.
한 곳이 부실한 녀석은 다른 여러 곳도 부실하더군요.
우리 남편은 그래요.
이 넘은 뱃속에서 한 번 만들고,
태어나서 다시 만든다고.
아무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를 놀래키는 데 재주가 비상하답니다.
걸어다니는 시한 폭탄이에요.
그래서 덕분에 여기저기 큰 수술, 작은 수술,
이런 검사, 저런 검사... 남부럽지 않게 받아보았지요.
병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 녀석 따뜻한 손 꼭 잡고,
<그래, 이 정도면 됐어. 괜찮아. 죽을 녀석 살려놨는데 뭘...>
마음 다스렸답니다.
인정할 건 빨리 인정하고,
포기할 부분은 미련없이 포기하고,
그 다음부터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뭐.
그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이번 달에는 아들 녀석 병원비로 100만 원이 넘게 나가겠네요.
다음주에는 MRI 검사 받으려고 예약도 해 놓았는데...
에고, 의료보험법이 언제쯤 바뀌어서
병원비 걱정 안 할 수 있게 될지....
웬만한 검사는 죄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나라에서
부실한 아들 녀석 사람 만들어가며 살려니...
참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