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연히 만났다.
나는 아이가 없는 사이 이웃집 아줌마와 고기 구워 먹으러
갯강 개울가의 잔듸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들은 카르푸에 책을 사러 간다고 하더니 몇시간째 들어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현관에 '엄마, 갯강으로 나가거든...그러니까 오면 그리로 와'
라는 메모를 스카치테이프로 단단히 붙여놓고서.
우리는 지지고 볶았다. 똑같은 고기 맛인데도 왜 야외(?)에서
먹는 맛이 이리도 다를수 가 있느냐 말이다.
우선 우리는 해물 부침개를 해 먹고 연하디연한 꽃등심을 먹었다.
갯강 옆 길은 간간히 지나가는 차가 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달콤한 식사를 쳐다보며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한 아줌마가 좁은 그 길을 통과 하다가 그만
고랑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그 아줌마는 엑셀라이타를 열심히 밟았지만 역시 헛바퀴만 돌아갈뿐 이었다.
우리가 쭈빗거리며 서서 다가갔더니 아줌마 왈 "고기 구워 먹는걸 구경하다가 이렇게 됐다"며 자신의 과실을 몽땅 뒤집어 씌우는 것이었다.
다행히 뒤에 따라 오던 화물차 아저씨가 밧줄을 묶어서 간신히
차를 빼냈고 아줌마는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남은 고기를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또 어떤 사람이 우리의 풍경을 보다가 불상사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많이 본 아이가 우리곁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멀뚱거리고 있는데 옆에 아줌마가 '아들이네'하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분명 카르푸에 가서 책을 읽고 또 사온 다고 나간 아이가 왜
여기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아이는 아침에 나갈때 와는 영 딴판이었는데, 한나절 사이 얼굴은 빨갛게 익었고 어깨에는 잠자리 통이 한손에는 잠자리채가
들려 있었다.
저 역시 나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이미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아침에 아이는 서점에 간것이 아니었다.
책을 살 돈으로 잠자리채와 통을 사서 이리로 곧장 온것이었다.
머슷 머슷 내게 온 아이가 하는말 "엄마, 이거봐 장수 잠자리 잡았어' 하며 잠자리 통을 보여 주는데 그곳엔 파란색의 형광빛을 내는 큰 잠자리가 할떡거리며 들어 있었다.
어쨌든 아이에게 늦은 식사라도 이곳에서 줄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눈으로는 '너 이따 집에 가면 죽었어'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