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돌아온 고향의 모습은 참 많이도 변해 있었습니다. 좁고 낮은 건물이었던 것들은 이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길게 늘어선 아파트만이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도 흘러흘러 건물이 변하고 사람들의 모습과 삶이 변해 있었지만 결혼10년만에 돌아온 우리의 삶은, 또다시 '시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했습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단독주택'이었습니다. 넓은 마당이 있었기에 편치못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듯 합니다. 화장실은 안방을 통한 쪽문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우린 행복합니다. 슬펐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싶습니다. 내 기억속에 미움으로 남아 있는 그 누군가도 잊고 싶습니다. 참 많이도 울었는데..... 무엇때문에 그렇게 흘려야만 했던지..
낮아지고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더 평안을 가져다 주었었다. 비록 그 모습이 아이들 앞에서는 부끄러울지라도....우리 아이들은 지혜롭기에 그 때 그모습은 잊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그렇게도 잘못했던가! 그 때 알았습니다. 이 세상은 너무도 냉정하다는 것을! 그렇게 우린 떠나왔습니다.
사십을 바라보는 남편의 마른모습이 너무도 안쓰럽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다시 시작을 해야하는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남편은 힘든줄 모르고 성실하게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내 사업을 하는 것이 남편의 꿈입니다. 그렇기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힘들다는 말도 잊은 채 열심을 내는 것이지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은 비록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이뤄가기에 벅차기만 하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기에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겐 행복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만큼 사랑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