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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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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주부의 궁시렁...(4) 모처럼의 자유시간...줘도 못써???


BY 김미애 2001-02-06

"오후시간은 자유야. 마음대로 해."
남편의 배려(?)...그래. 모처럼의 자유다.

한편으론 나혼자 이처럼 내팽개쳐질 줄 알았으면 차라리 어제 혜연이한테 내려갈 걸...
내려가고는 싶었지만 데려다준지 3일밖에 안된 터라 간단말도 쉽게 안나오고 그이도 가란 말을 안혜서 혜연이와 통화나 할려고 전화를 했다.

"혜연아, 엄마다."했더니 "어?"하는 대답만 들리고 그걸로 끝이다.
밖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나니까 그걸 들으려고 수화기도 내팽개쳐 버리고 달려가 버렸다는 친정엄마의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저번에 올라올때 대문틈사이로 보이던...금방 울음을 터뜨릴 듯 찌뿌리던 혜연이의 얼굴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슬픈데... 우리 혜연이는 잘 놀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이다음 주말까진 또 어떻게 기다릴까?
지금이라도 내려갔다 올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괜히 그애의 마음마져 혼란스러울 뿐일 것 같아 모처럼의 휴일 오후를 시내에서 보내기로 했다.

"나, 많이 늦어도 돼?"
남편한테 단단히 확답을 받고서야 와글거리는 인파속에 섞였다.
"이 인형 얼마예요?"
"팔천원에 팔았는데 다 처분해 버릴려고 그러니까 육천오백원만 내요."
저번 여름에 조카한테 인형 사준다고 말만 해 놓고 약속도 안지켰던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 혜연이와 잘 놀아주었는데...

"육천원에 줄께 가져가요."
조금만 깎아주면 살맘이 있는데 기어히 육천원을 받는다고 하면 저아래까지 내려가서 살 거야...
"오천원에 주세요." 그냥 한번 팅겨보았다.

백화점에서야 깎으면 촌년 티낸다고 할까봐 가격표 붙여진대로 사겠지만 밖에 내놓은 물건인걸...
"그러지말고 오천오백원에 가져가요."
"안되겠네요."난 머뭇머뭇 뒷걸음질쳤다.

행여 붙잡지 않을까 해서...'인형은 맘에 드는데'...아무래도 저아래 내려가 봐야될 것 같군....
"그래...가져가요. 오천원에 줄께요."
귀여운 우리 혜연이한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같아 기쁜 마음으로 돈을 지불했다.
인형을 우리혜연이 어루만지듯 머리도 쓰다듬어보고 손을 잡고 등을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아이쇼핑을 했다.
그런데 오랫만에 느껴보는 홀가분함도 잠깐이었다.

"나 많이 늦어도 돼요?"하는 확답을 받을땐 실컷 싸돌아다니다 밤10시쯤에 귀가를 해야지...하는 생각이었는데 불러낼 만한 친구도 생각이 나질 않고 다리도 아프고 집에가서 쉬고 싶다는 변덕이 생겼다.

그이는 대낮부터 술마실 리는 없고 어디에 갔길래 내게 자유시간을 줬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혼자 투덜댔다.
어느새 시내에 혼자 싸돌아다니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나도 여자인데 왜 사고싶은 것이 없겠는가?
철 바꿔 좋은 옷도 입고 싶고 예쁜 악세사리하나라도 하고 싶고...구정물 찍찍 흐르고 촌스런 내 핸드백 말고 세련되고 예쁜 핸드백에 지갑도 갖고싶고...그러고보니 그이도 지갑을 사야 하는데...
두사람 다 돈을 들여 뭔가를 산다는데에 대해선 워낙 벌벌 하니까 오쩔땐 옹색한 생각이 들때도 있다.

언젠가 그이가 지나가는 여자들을 돌아보며 그랬지.
"저런 여자들은 집에 가만히 있지. 뭐하러 싸돌아 다니는지...원."

그래. 그이의 말처럼 돌아다녀봤자 뾰족한 수도 없고 방구석에 처박혀 가구가 되는게 제격이겠다.
나의 오랫만에 허락받은 자유시간은 이렇게 해서 자진 종지부를 찍었다.
줘도 못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