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찌든 냄새를 풍기고 아픔이 쌓여 고통으로 넘나들때
나는 휘청거리는 마을을 달래고 비틀어진 심사를 바로 세우고
또다른 내가 되기 위해 훌쩍 각서리를 다녀온다.
각서리에는 작디작은 농부의 농가 한채가 있고 그 오래된 허름한 집은
현공스님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집 보현정사라고 이름짓고 모든이들을
맞이해 주신다.
20년넘게 카톨릭 신앙에 젖어 있는 내게 스님과의 가깝고 친밀한 만남은
또 다른 인생의 장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각서에는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지나가기위해 '법의 다리'란 예쁜다리가
놓여져 있고 법의 다리를 살짝 건너면 보현정사의 정갈하고 아담하고
소박한 입구가 눈에 들어 온다.
작은 농가의 사랑채에 매달려 있는 풍경의 딸그락 거림이 보현정사를 찾아오는
손님을 반가이 맞이하고
작은 마당 곳곳에 소박한 아름다움을 피워내어서 활짝 웃고 있는 야생화와 이름모를
들꽃들의 모습들이 보는이들에게 여유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보현정사의 법의 다리를 살짝 건너면 모든 남성들은 자신이 먹을 공양을 직접 짓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토굴만의 규칙에 따라 토굴을 찾는 처사님들은 설거지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착실함 속에서 나는
또다른 생의 장면을 느끼고 배운다.
질서란 아름다운 것이고 평등은 또 다른 의미의 삶의 표현이라고.
각서에는 평등만이 있고 높고 낮음은 없다.
일치된 질서 속에서 사람들은 깊은 삶의 의미와 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기도 한다.
스님의 소박한 차방에서
세속에 찌들었던 세인들은 '비우기'라는 불교 철학을 배울 수 있게 되고
은은한 차향의 여유속에서 '깨달음'이라는 불교 철학을 느끼게도 된다.
보현정사의 일상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면서 풍요가 있고
소박하면서도 평화와 질서가 있다.
종교를 초월해 모든이들을 따뜻함으로 맞이해 주시는 스님의 철학에서
넓은 여유를 발견한다.
내것 네것만을 위해 찌들어가는 속가의 삶이 회의스러워 지면서 깊은 생의 반성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님의 단아한 붓글씨의 여백의 미는 급변의 물결속에 찌들어 가는 세인들의
마음에 비우기라는 깨달음의 경지를 주기도 한다.
곳곳에 배여 있는 스님의 알뜰함과 깨끗함속에서
먹고 마시고 버리기를 자유로이 해대는 속가의 삶에 또 다른 반성을 가져온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불교 철학은 작은 아픔과 고통 시달림에도 힘겨워하는
나에게 내 생의 또 다른 지침서이고 교훈이기에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한다.
산사의 고요하고 한적함!
옛스러움의 소박한 아름다움!
단아하고 알뜰하고 화려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멋스러움을 대할때마다
현대화의 물결에서
비우지 못하는 탐욕의 그늘에서
채우기 위해 안달하는 나에게
자신만을 바라보는 흔들림 속에서
나의 묵은 때를 말끔히 그리고 마음을 모두 비울 수 있는 곳이여서
생의 여유를 얻기 위해 난 자주 토굴을 찾아 간다.
또 다른 내가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