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는 어머니 버리는 며느리....
어른들은 살림을 사시면 버리지 않으신다. 반찬도 마찬가지시다. 연세 많으신 큰 어머님 입맛, 어린 조카들과 우리 아이들 입맛, 어릴대부터 입맛 까다롭게 큰 우리신랑 입맛을 맞추자면 밥상은 늘 한가득이다.
심지어 작은 어머님과 나는 밥그릇 얹을 자리도 없다.
시집와서 처음 본 된장도 있다. 등겨로 만든 장, 콩을 뽂아 만든장,젓깔 , 안매운 음식 몇가지,우리 신랑이 잘 먹는 된장찌개(일년 내내 있어야 함),그날의 국,배추김치, 물 김치,특별한 맛의 김치 한가지가 기본이고 한두가지가 추가 된다.
그러다 보니 한번도 성은(?)을 입지 못한 반찬이 나오고 심지어 냉장고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반찬도 생긴다.
작은 어머님께서 버리지 않으시면 절대 난 손을 대지 않는다는게 시집살이 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결심이다.
하지만 딸들 집에라도 가시는 날이면 난 하루 종일 그릇을 비운다.
조금씩 남은 찌개며 국을,상한 음식을 쏟아내고 냄비며 그릇을 말끔히 비워둔다 .
그래서 어머님께서 돌아 오시면 애교섞인 목소리로
"어머님 다 비워두었으니 또 채워 주세요" 라고 말하며 웃는다.
어머님 역시 웃으신다. 그리곤 다시 반찬 그릇들은 어머님 손에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