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동시에 들립니다.
밖을 나가보니 아래집 술 친구 아저씨가 술 냄새를 풍기며 서 계십니다.
비척거리며 아저씨는 거실에 들어오셔서는 술을 찾습니다.
" 지금도 많이 되셨는데요..."
" 그냥 한잔만 주세요. 죄송해요 "
표정을 보니 많이도 우울해 보입니다.
아저씨가 편찮으시다는 말은 들었읍니다.
아저씨를 안 본지도 한달여는 된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도 수척해 지셨읍니다.
술상을 보아다 드립니다.
딸 아이가 곱게 무릎을 꿇고는 한잔을 올립니다.
주법도 배워야 하는거라고 제가 간간히 아이에게 가르칩니다.
딸 이라고 해서...어린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술이라는것을 터부시 하는것도
별로 안좋을거 같아,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딪혀야하는것은 가능한 모두 가르칩니다.
어른께 잔 올리는법부터 어른과 술을 마셔야하는법 까지도요.
저 역시도 아버지께 술을 배워서인지
어른들께 책망은 받지 않습니다.
한잔...두잔.. 아저씨의 술잔은 늘어가고...
잠시후, 아저씨는 신세한탄을 합니다.
두어달전에 건강검진에서 들어난 당뇨.
아저씨는 환자엿읍니다.
갑자기 모든것이 절제되야하고, 금기되는것도 많았다 합니다.
그리고는 눈에띄게 줄어드는 체중...
너무 헐렁하게 커져만가는 아저씨의 옷들.
한없이 밀려드는 피곤함.
아저씨는 내게 하소연을 하러 오셨나 봅니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 많은 말들을 늘어 놓습니다.
어려서부터의 생활...젊어서의 자기 아내를 고생시킨 얘기들...
방탕했던 젊은 날의 후회와, 불안한 미래
모든것이 아저씨를 힘들게 하나 봅니다.
지나간 삶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가 더더욱 겁이난다 합니다.
일년만 더 벌수 있다면...
그러면 마누라에게 조금은 주고 갈수 있을텐데...
그러더니 아저씨는 눈물을 흘립니다.
환갑의 남정네가 울고 있읍니다.
술취한 주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디든 마음부칠곳이 없어 내게로 왔거니... 난 그저 담담히 들어줍니다.
" 아저씨 힘내세요 "
입으로만 하는 위로를 난 합니다.
하지만 나도 어렴픗이는 느낍니다.
두어달 사이에 아저씨의 몸은 10 여키로가 줄었읍니다.
지금 50 키로도 안 나간다며 아저씨는 날씬해 ?병鳴?허허~ 웃습니다.
그냥, 이웃일 뿐인데도 마음이 아픕니다.
무너져가는 고단한 삶에 나도 또한 동참을 해 봅니다.
한참을 울던 아저씨는 말합니다.
제 딸아이를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말입니다.
" 이화야~ 열심히 살거라. 이 할애비처럼 후회하지 말고... "
아이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고개만 끄덕 거립니다.
네~ 라는 대답과 함께요.
그래요.
이렇게 후회하는 삶을 살면 안되겠다 싶습니다.
그냥, 안녕~ 하고 웃으며 갈수만 있다면...
마지막 인사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하고 갈수만 있다면...
아저씨를 보니 마음이 착잡해 옵니다.
그냥 안쓰럽고 딱할뿐...어떻게 해볼도리가 없읍니다.
아저씨의 아들과 딸...그리고 사위까지 우리집으로 불러드렸읍니다.
보고싶다고 하십니다.
영문을 모르고 온 그집의 자식들은 미안하다는 말만 할뿐..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나 봅니다.
죽음에 직면해 있는 그 두려움을...
그리고 조금만 더 라는 안타까움을...
모시고 가라는 말만 했지...
다른 아무말도 하지 않았읍니다.
모두 돌아가고 남은 텅빈 집안...
제 마음도 많이 우울합니다.
불현듯 앞날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할텐데...후회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할텐데...
마음이 많이도 흐려있읍니다.
오늘밤은 잠이올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