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똑같은 하루 하루가 모여
삼백육십오일을 만들것 같지만
내 단조로울 것만 같은 하루는
그 삼백육십오일이 제각각 다른것만 같다.
가령 오늘 아침은 후다닥 청소를 하고
원두커피 내려서 음악들으며 마셔야지..
싶은데 그 계획에서 커다란 반원을 돌아
돌고 돈 다음에야 어스름 해가 지고
압력밥솥 쿠쿠 거릴때 그 시간이 비로소 허락될때가
있다.
가끔은 텔레비에 나오는 멋쟁이 아줌마처럼
단장하고 싶을 때가 있다.
공연히 외출 계획이 없는 하루인데도
그 날 만큼은 분내나게 화장도 하고 싶고
머리도 이쁘게 매만지면서 그런 모습의
아줌마이고 싶다.
허나 그런 마음을 먹은날은
아침부터 애들 셋을 씻겨야 하는
나는 왈가닥들 전쟁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어찌 어찌 하다보면 허리가 아프고
그저 침대에 두러누워 맹하니 천장이라도 보고 싶은데
거참 그런 시간조차도 어째 바쁘다는 핑계에
훌떡 묻어 없어지는듯 해서
정말로 한숨이 푸욱 쉬어질때가 있다.
오늘 아침은 세탁기와 씨름을 했다.
불균형 램프가 깜빡깜빡 하길래
혹여 바닥과 잘 맞지가 않아 그런가보다 싶어서
십킬로 짜리 세탁기를 세탁물과 함께
도깨비몽댕이와 씨름하듯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해서
여지껏 빨래를 하고 있다.
정말 옛날 아줌마들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후다닥 압력밥솥으로 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쌀불려서 냉장고도 없으니 반찬이야 끼니마다
무치던지 해야지..
또 빨래는 머리 삐뚤어지게 이고 가서
방망이로 툭툭 빨아야할테고
빨랫감이야 볕좋은 데다 말리고
아기엄마라면 아기 시간맞춰 일하다가도
젖먹여야 하는 애로사항도 있을것이고..
이런 상상을 하다보면 돌아가다 쉬다 하는 세탁기도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비록 뻑뻑할지라도
늘상 꿈꿀수있게끔 다가오는
내 매일매일의 하루역시 감사함이 더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