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그해.... 찌는듯한 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7, 8월의 어느날...
상고를 졸업한 나... 직장에 들어가 나름대로 내몫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한참 멋을 부릴 스무살의 나이. 화장도 한번씩 해보고, 머리도 한번쯤은 파마도 해보고 싶어졌던 나이였지.... 그건 상상이였고 상상은 늘, 날 행복하게 하였지.. 언제나 지지리 궁상인 현실을 뒤로한채..... 현실앞에 상상은 늘 패하였지만 그래도 그땐 상상을하며 행복했었지....
직장에 나가면 그래도, 신선한 즐거움이 내 이쁜 스무살을 축복해 주었지만, 그놈의 집구석에...(그건 가정이아니였다..집구석이였다) 들어가면 지옥... 그래... 분명히 그건 지옥이였다...
학창시절,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부터니까 아버지의 술버릇은 내 국민학교시절부터 스물몇살의 그해까지 늘 우리식구(엄마와 나, 그리고 동생...)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버지는 우리식구들을 더욱더 힘들게하였고 한겨울 들어오지 않으시는 아버지때문에 집 근처를 뱅뱅돌아 혹시나 취해서 얼어죽은 사람이 없나 밤새도록 찾아다녀야 했다... 학교에 가기전, 혹은 엄마가 직장에 가기전... 온 집안을 쑤썩거리며 술병을 찾아내야 했다... 어김없이 발견되는 그놈의 술병...술병...술병...
하교를 하고 집에 들어서면 식초냄새섞인 쾌쾌한 냄새가 온집안을 휘감았고.. 우리 두자매...,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했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시절 이유없이 아버진 매를 드셨고 습관이되고...일상이 되고... 생의 전부인냥 그렇게 점점더 심한 주정뱅이가 되가고계셨다..
고등학교시절... 머리가 컸다고 반항도 하고..울며불며 사정도 해보고 가게집 아주머니와 싸워가며 제발 울아버지한테 술주지 말라고.. 만약 외상술주면 우리 안갚을꺼라고... 반 협박을 해가면서 어쩌면 난, 서서히 독해져 가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질은 더이상 아버지에게 수단이 되주지 않았지만 또다른 방법으로 아버진 우리들에게고통을 주셨다..
지옥이었다... 떠나고 싶었고, 증발해버리고싶었다. 늘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야했고, 따가운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않고 뻣뻣히 견디는 요량을 배워야했다...
정말이지..그건 고통이였고... 바늘로 한땀씩 한땀씩 내 몸뚱이를 떼어내는 기분이였다.. 부끄러운 내 현실.. 우리들의 현실이였다...
이쯤으로 해두자... 누구나 다 그렇듯이 고통은 다 비켜가길 원하고 나의 일이 아니길 바라는 것이니까... 견디고 일어서야했던 그 고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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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로 돌아와...
스무살의 그해... 직장에 나가기전.. 아버진 새벽부터 술에 취해 궁시렁궁시렁 내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직 출근시간이 남아있지만. 빨리 벗어나고싶어 주섬주섬 내 물건을 정리하고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내 목을 조르는 단내나는 아버지의 입냄새.. 알수없는 방언으로 주절거리는 주정뱅이의모습
아... 당신... 차라리 저멀리 하늘로 가길... 바랍니다... 이젠,우리... 당신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고 싶습니다... 차라리 가십시요...
난, 수없이 되뇌였고, 또 되뇌였다...
목까지 차오는 갈증을 어디서 해결할까... 출근전, 퉁퉁부은얼굴을 거울로 확인하곤 들끓는 내안에 용암은 드디어 터져 버렸다..
소리한번 꽥...지르고 방문을 훽 하니 닫았다..
아!!!!악!!!!
순간 외마디가 내 명치를 두르렸고 아찔한 현기증을 잠시 느끼곤 발아래를 확인했다...
방문사이 문틈으로 선홍색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취해 있던지라 문틈에 끼어 찢어진 손가락의 고통을 모르신채 계속 주절거리시고 계신다..
'하늘이시여.. 진정 당신이 계십니까? 당신이 우릴 어디까지 시험하실 작정이십니까?.. 아직도 남아있습니까? 또 다시 어떤 고통으로 우릴 시험하실껍니까?... 아.....아....'
아버지의 왼손 네번째손가락은 뚝뚝 떨어지는 피와 하염없이 흐르는 내 눈물로 범벅이되 방바닥을 맑간 선홍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약 발라드리고 붕대로 감싸고.. 데충 집에있는걸로 아버지 손가락을 그렇게 방치해 둔채 출근을 서둘렀다.. 아니, 그렇게 난 아버지를 버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해야 할것이다.....
. . . . 십여년이 흐른지금... 서른이 된 나와 환갑이 지난 울아버지가 냉장고 앞에 있다..
아버지는 수치가 높아져가는 당뇨 때문에 직접 갈아서 마시면 좋다는 생즙을 매일매일 드신다... 저녁에 퇴근후, 생즙을 갈아 냉장고에 넣어 적당히 찬기운이 돌면 아버진, 아이가 된냥 내가 내민 생즙을 꿀꺽꿀꺽 잘도 드신다...
그때.. 그 스무살의 그해 다친 손가락을 방치하지않고 병원에 갔더라면, 아버지의 네번째손가락 상처자국은 남지 않았을텐데... 부끄럽고 챙피해 병원은 엄두도 내지 않은채 그렇게 버려두지 않았다면....
뒤늦은 후회가 내가슴을 후벼 파지만, 이미 지난 세월, 붙잡을수 없기에.... 내안에 폐에서는 깊은 한숨이 품어져 나오고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지금 난, 더이상 아버지의 당뇨수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생즙을 갈면서 빌고빈다..
'제발... 오래오래사세요...'
아버지는 술,담배 다 끊으시고 몇년전부터 교회에 가신다
돋보기 넘어 성경을 읽는 아버지의 초라한 눈에서 노인네의 모습, 늙고 병들어 초췌해진 영락없는 노인네의 모습이 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하늘을 향해 외친다..
'아버지 ....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흉터진 네번째 손가락을 살짝드신채 오늘도 그렇게 생즙을 드신다...
이청리 모임 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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