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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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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과 달빛 소나타


BY 바다 2003-07-24

박꽃과 달빛 소나타

 

돌담위로 하얀 박꽃이 피었습니다. 햇볕엔 잔득 풀 죽어 있다가
밤이 되니 여인의 요염한 입술 마냥 피어 오릅니다. 창백한 입술에
달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이럴땐 지난 봄 밤의 밤나무 아래서 처럼 아늑해 지곤 합니다. 짖궂은
바람이  널적한 박잎을  이리 저리 흔들러 댈  때면 다 자란 처녀애들
엉덩짝 마냥 박 덩이가 흰 살을 드러냅니다. 허연 박덩이에 손을 데려는
데  박 하나가 그만 돌 담 아래로 툭 떨어 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순간 기억의 창고에서 어떤 기억 한 토막이
뚝 떨어 지는 거예요.


아이는 어렸어요. 아마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해 였을꺼예요. 아이는
어슴한 밤, 마당 끝의 두엄더미에서 볼 일을 보고 있었을 꺼예요.


끙-- 그런데,  툭 -하고 무엇이 떨어 지는 거예요. 쇠굽이 달린
하이힐이 아이의 정수리를 내리쳤어요. 순간,  아이는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어요.


건장한 청년의 팔에 안겨 담을 내려 오는 여인의 치마가 담자락에 걸려
벌러덩 엉덩이를 드러 내고 말았죠. 앞집 오선주 언니의
박덩이를 닮은 희디 흰 엉덩이 였어요.기억의 창고 -- 가물가물.....


그후 몇년이 족히 지났을 꺼예요. 길에서 짝짖기를 하는 개를 보게 되었죠.
안흐희 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사내 아이가 나무 작대기로 둘을 떼어
놓으려고 때리는 거예요. 아무리 막내기를 휘둘러도 둘은 떨어 지지 않았
어요. 비명 만 지를 뿐. 알 수 없어요. 비명 소리 때문 이었을 까요?
 

빙산에  깊히 잠겼던 기억의 조각들이  수면위로  올라왔어요.달밤, 돌담,
엉덩이, 남자와 여자 나는 그 낱장의 단어에다 짝짖기 라는 단어를 연결해
놓아보니 알 수 없었던 궁금증들이 그제사 '아하, 그렇구나.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었지!' 마치 어른이 된 양 나는 스스로에게 흡족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더 안쪽의 기억--오선주 언니는 보름달 만한 박덩이를 배에 넣고 다녔지요.
"처녀가 애를 뱃으니, 쯪 쯪" 배 안의 아기는 외출할 때 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물양동이로 가려져 있곤 했죠.


돌담위로 하얀 박꽃이 흐트러지게 피었습니다. 잠을 이룰 수 가 없네요.
이런 밤엔 시간을 거꾸로 돌려 어린 시절 마당앞  꽃밭에서 봉숭아 꽃잎
따다 손톱에 물들였던 소녀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대학 첫 미팅때
얼굴이 빨간 감처럼 수줍음이 올랐던 계집애 같던 그 아이ㅡ준수였던가?
이름이. 그 아이의 파트너가 되어보기도 합니다.
 

내게도 꿈꾸던 시절은 있었는가? 거꾸로 돌아 가는 시간 안엔 많은
꿈이 있었으리라.꿀단지. 지금은  조금 전 내가 서 있던  현실의축
에서 얼마나 와 있는 걸까? 돌아 가려면 다시 먼 길, 서글퍼 지는 길.


구릿빛 손등에 뚝-하며 뜨거운 액체가 떨어 진다. ' 울고 있었구나!'
내가. 추억은 묻어 둔 체 시간은 내게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 명합니다. 


꽃잎은 작은 바람에도 몸이  흔들립니다.  흰 꽃잎 위에 가슴을 올려
봅니다. 몹시 떨립니다. 내마음은 바람난 화냥년 마냥 일탈을 꿈구어
봅니다만 일상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 군요. " 용서하십시요.오늘밤은
달빛이 너무 고와서 내게는 조금 힘들었어요."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새벽이 오고 있군요.
박꽃의 입술이 닫히고 있는 시간입니다. 참 박꽃은 밤에 피고 곤충들은
밤에 자는데 어떻게 수분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