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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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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꾸물, 나또한 꾸물 꾸물


BY hansook83 2003-07-21

장마라는 이름 답게 계속 날씨가 꾸물댑니다.

 

비가 오려나 하면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만 높이고

햇빛이 좀 나려나 하면 어느새

심통맞은 쟂빛 구름이 하늘을 덮습니다.

 

아리아리하던 봄날의 햇빛을 바라보며

아지랭이 피어나듯

계획없는 설레임이 가득했는데

 

늦봄 초여름의 무더위는

오뉴월 개띠인 나로하여금

숨이 턱에 까지 차오르게 해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지하방 방바닥에 큰 대자로 눕게 만들었습니다.

 

지독히도 내리쬐던 태양이 구름에 가려

때는 이때다

한층 더 무성해지고 푸르러진 나무그늘 아래

등줄기 흘러내리는 땀일랑 달려보려했더만

이제 장마라

들쑥 날쑥한 빗줄기에

또 다시 지하방 방바닥에 큰 대자를 만듭니다.

 

비가 자주 오락가락하니

아침마다 노래하던 저 앞산의 뻐꾸기도 나오질 않고

귀따갑게 재달대던 새떼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얀나비 한마리 팔랑 대더니 그놈도 보이질 않고

알람시계 대용이 될만큼  울어대던

매미란 놈도 숨소리 조차 내질 않습니다.

 

시멘트 돌 담 위 거처하던 거미도

위성 안테나 마냥 쳐 놓았던 거미줄 치는 것도 잊은채

그저 외줄 타기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서 반가운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무쌍한 날씨 변화에도 별 지장을 받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다름니다.

날씨가 맑으면 한번 조깅이라도해볼까 하다가도

날씨가 우중중해지면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신경통에

허리까지 아파옵니다.

그저 털퍼덕 주저 앉아 빈대떡이나 부쳐 먹습니다.

 

해도 내리 쬐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

어정쩡한 날씨지만

내일 다시 남부지방부터 장마비가 시작된다고 하니

오랫만에 나도 큰 대자를 접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