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인천에 집안 조카의 결혼이 있어 참석했다.
"각기 신랑 신부만을 사랑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살겠는가?" 주례의 다짐에 신랑 신부 크게 "예!"
하고 대답을 했다. 이 대답을 들으면서 정말로 행복한
결혼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34살의 노총각이 있다.
공부도 많이 해서 자기 전공외에 방통대를 다니면서
다른 분야도 또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석사도 하였다.
이제 가정을 꾸미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그 총각직원 매년 올해만큼은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올해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텐데...
또 한 여직원은 공부를 하느라고 결혼 할 적령기(?)를
놓쳐서 30을 넘기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했는데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혼을 하고 말았다. 지금은 40을 바라
보는 나이가 되도록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독신주의자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주위의 눈총이 따가워서 결혼을
서둘렀는데 점점 그런 풍조가 사라지고 있다. 즉 아무때고
결혼을 하고 싶은 때 하고 또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의 지위 향상에 따른
직장여성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예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부모 밑에서 신세를 져야
했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직장을 가지고 독립해서 살 수가
있으니 결혼을 하지 않아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독신주의자도 이제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을 했다가
헤어져서 재혼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결혼을 했다가
헤어지면 다시 할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겠지.
우리나라의 이혼률이 매년 증가해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가 두 쌍의 부부중에 한 쌍이 이혼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세 쌍이 결혼하면 그 중에
한 쌍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대개 우리나라에서
한 예식장에서 평균 세 쌍의 남녀가 일요일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중에 한 쌍은 쓸데 없이 하객을 불러놓고 잔치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헤어지는 것이다.
우리 나라가 세계 제일인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모두 다
부끄러운 최고다. 음주량 1위, 교통사고 사망률 1위. 그런데
이제 이혼률이 세계적 수준에 육박했으니 점점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가는 것인가?
이혼의 사유도 시대에 따라서 점점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우자의 부정이 주된 사유가 되었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사유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의
부정도 전에는 주로 남편의 부정이 많은 이유가 되었으나
여러가지 통신의 발달과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증가되므로써
이제는 여성들의 부정도 무시할 수 없는 이혼 사유가 되고
있다.
이 아컴방에도 가끔 이혼얘기가 올라오고 또 '나 너무 속상해'
방에 들어가면 시부모와의 갈등과 함께 가장 많은 경우가
남편의 부정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여성사이트라서 그렇지
만일에 남성 사이트라면 남편들이 아내의 부정을 올리는 경우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즉 이제는 가정에서 남자
혼자 잘해서는 가정이 유지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혼에 있어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이 결혼한 두 부부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혼으로 최대의 피해를 보는
것은 두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지금 매년 청소년
문제가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부모의 이혼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로 간다면 우리나라 이혼률은 2003년
정도에는 능히 50%대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이혼률 1%마다 발생하는 자녀수를 3천4백명으로 추산한다면 무려
18만명 이상의 자녀들이 편부모가정으로 변해 청소년문제도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한다.
두 명의 남녀들이야 자기 인생을 찾아서 이혼한다고 하지만 희생
당하는 자녀의 인생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생각을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청소년들이 가장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 부모의 불화이고 또 가장 많은 상처를 입는 것은 부모의
이혼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도 이혼하는 부모들은 서로 자식이
짐이 된다고 기피하고 버리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지 참.
모두가 넉넉한 행복을 느끼는 이 추석에 세상의 어느 구석에서
부모도 없이 둥근 한가위 보름달을 허전하게 쳐다볼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누구의 잘못으로 쓸쓸한 추석을
보내야 하는가?
그러면 이렇게 많은 희생이 따르는 이혼을 하려면 왜 결혼을
하는가? 또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봤는가? 물론
이혼을 예상하고 결혼을 하는 남녀는 없을 것이다. 또 노력하지
않은 남녀도 없을 것이다. 이혼은 최후의 선택이겠지.
세상이 우리 부모세대나 그 이전보다 살기가 훨씬 좋아졌는데도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옛날에는 제도에 묶여 반드시 죽을 때까지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 아니면 남자(여자)가 없냐? 싫으면 떠나지!"
이런 식이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또 다른 여자나 남자는 뭐
행복을 보장하는가?
내가 길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몇가지만 들라 하면 첫째는 부부간의 신뢰이고 둘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셋째는 자녀에 대한 책임이다.
평생을 같이 살기로 하고 서로 믿지 못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리고 나를 선택해주고 나와 같이 살아주는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 상대의 결점이나 불만이 해소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에 대한 책임, 이것은 절대적이다.
부부 두 사람이 자기의 자녀들이 받는 희생을 염려한다면
그렇게 가정생활을 소홀히 하고 쉽게 이혼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혼에 관한 러시아의 속담 하나와 이혼에 대한
유머를 하나 소개한다.
"전쟁터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라. 바다에 갈 때는
두번 기도하라.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번 기도하라."
이혼을 하려는 두 부부가 가정법원을 찾아가 판사 앞에
나란히 섰다.
"이혼을 요구하는 근거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부인은
"남편이 코를 골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요? 결혼한 지 얼마나 됩니까?"라는 판사의 질문에 부인은
"닷새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판사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이혼을 승인합니다. 그 사람 아직 코를 골 때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