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상의 하나인 신문을 열심히 보고있는데
딸한테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니 열시가 넘어가고 있는걸 보니
직장에서 오전 일을 대충 마친 시간이다
엄마의 예민한 직감으로 또 무슨일이 있구나 하고
신경이 쓰인다
딸의 목소리를 삼십여년 듣다보니 " 엄마 " 소리만 들어도
딸의 기분을 알 수 있다.
대학에 다니는 동생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시집갈때 지가 타던 차를 주고 갔는데
차 때문에 묻는 거다.
바람쐬려가고 싶다고.
남편이 직장이 좀 떨어진 다른시라 카풀하고
남편 차를 딸이 갖고 다니는데
둘이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모든 아니꼬움이 차로 귀결된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 엄마 나 억울해 죽겠어 " 한다
어제 퇴근하며(딸이 직장이 가까워 먼저 퇴근) 시장봐다
밥을 하고 모르는것 물어서 반찬을 만들어 저녁을 했는데 퇴근도 한시간이상
늦게 하더니 밥만 뚝딱 먹고 사우나 간다고 하고 나가서는
전화 한통 없이 새벽 한시에 들어오더란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때문에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기다리는것이
약이 오르고 밉기도 해서 화를 냈더니 피곤해서 물속에
누워 있었다며 오히려 화를 내더란다
그러면서 엄마 나는 뭐야 하면서 울먹인다
거기에다 무어라 말해야 하겠는가
그래서 그랬다
남자는 단 세포라 여자의 세밀한 마음도 모르고
저만 아는게 남자라고..........
엄마들이 그렇게 키웠고 이 사회가 남자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딸이 결혼한지 이제 석달 되었다
꿈이 하나하나 깨어지는라 힘이 드는가보다
우리도 다 겪은 일 아니던가
결혼전의 생각은 결혼생활을 꿈으로 장식하지만
겪어보면 현실이고 아픔이 얼마나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가?
마지막에 딸이 하는말
" 이 남자는 내가 첫번째가 아니고 다섯번째쯤 되나봐 " 한다
내가 그랬다
남자는 표현도 문제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되고
결혼전의 연애시절의 모습으로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그러니까 아빠는 엄마가 최우선이잖아요 한다
다 알면서 하는 소리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삼십여년의 세월을 보냈다는걸.
알았어요 하며 끊는 힘없는 목소리 들으니 마음이 상한다
맏이고 딸이 하나라 너무 귀하게만 키워서 적응이 어려운가
밝게 살라고 제편만 들어주며 좋은면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사는데 독이 되나 염려가 마음속에 먹구름끼듯 한다.
억울한 길을 가야하는 딸이
여자로 보여지는게 마음이 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