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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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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하며 결심한 남자이건만.......


BY 큰새 2003-07-07

삐삐가 있던 시절.

일이 일인지라, 현장에서 움직이는 몸인지라, 삐삐를 일찍부터 갖고 다니게 되었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히고,

의례히 모르는 전화는 안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며칠 계속해서 같은 번호가 찍힌다.

 

잘못 찍힌 번호는 아닌것 같아, 공중전화를 찾아 강남 어딘것 같은 번호를 눌렀다.

 

"삐삐하신분좀 부탁드립니다."

 

" 저~~ 안녕하세요? 저 홍당무(당황되는 일만 있으면, 얼굴이 발개치는 신랑별명)입니다."

"예?"

 

그렇게 전화가 시작되었고, 당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라, 장난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이름만 불러도 얼굴이 발개지는 그 사람이 내가 보고 싶어.

삐삐번호 인맥을 건너건너 물어물어 전화를 하게 되었단다.

 

헉~~~~~~~~~ 너무 놀랄수밖에, 내가 회사에서 예뻐하던 동생이 좋아했던 사람이라,

단지, 같은 부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없이 내가 그 동생의 초콜릿을 건네

주었던 사람이 아닌가?

 

처음엔 이 순진남 술한잔 했는지 알았다.

평소에 술을 거의 못하는것을 아는지라, 말을 많이 시켜보니, 술은 아닌것 같고.....

 

그냥 농담으로 흘릴수밖에.....

 

다른 사람을 소개주려 하다가, 되레 내가 더 얼키게 되어....

하는수 없이 테스트를 하게 되었으니....

 

술못하는 사람이라, 일주일에 2번이상 술을 하는 나인지라, 그것도 말술로,

술을 잔뜩먹고, 꼬작을 부리려 하였다.

 

삐삐를 해서, 내가 조금 술을 먹었으니, 밤 11시까지 어느 백화점 앞으로 나와라  하고,

잔뜩 술을 마시고, 12시가 다 되어서, 있으려나 하는 맘으로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달달 떨면서 기다리더군....

 

남한테 취한모습 보이는것을 애주가의 도라 생각하여 그런적 없던 나도,

객기가 뻗쳐, 완전 취한척 했다.

갈지자로 걷는 걸음, 굴러가는 발음, 히죽히죽 무턱대고 늘어지게 웃는 웃음.

 

7 정거장 되는 거리를 무턱대고 걷자고 했다.

만만치 않는 거리를 걸으면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옆에도 못걷게 하고, 뒤로 걸어오라 하고,

쉬마렵다고 화장실 찾게 하고, 남자는 다 똑같다고 찌껄여보기도 하고,

걷다가 엎어져서, 쩔뚝거려 보기도 하고, 물고프다고 물사오라도 하고,

아는길이라, 버스 끝낄때까지 마냥 걸어서 내혼자 집에 쑥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테스트를 끝내고, 다음날 회사에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하고,

근무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퇴근시간에 회사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말길을 못알아 듣는군....

 

그렇게 그런식으로 약간에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이 남자.

술은 오히려 내가 더 못하게 되었고,

그 자상하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고리타분, 조선남자가 다 되어,

언젠가 이 남자가 말했던것처럼

잡은 물고기엔 밥을 안준다 하더니,

내가 그 물고기가 됐을줄이야.....

 

딸둘을 가진 내 현실에서,

애들한테 말하련다.

 

테스트를 아주 똑바로 오래 잘 하던지,

아니면, 두눈을 똑바로 뜨고 사람을 자~~~~~~~~~알 보라고.

 

아니면,

톡까놓고 말해야지.

 

니아빠같은 사람은 만나지 말라고,

그러면, 내가 다리를 똑 하고 뽀샤 버린다고....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이 남자 말한다.

 

세상엔 자기 빼고 모든 남자는 다 늑대라고.

애들은 자기가 늙어 죽을때까지 데리고 산단다.

 

나원참~~~~~~~~~~~~

 

테스트를 하면 뭐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