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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30)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


BY 쟈스민 2001-09-27

명절이 다가오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음은 어느새 고향으로 가고 있음을
아무도 숨길수가 없는 건지
저마다 미소띈 얼굴로 무언가를 고르고 있는
눈치이다.

돈이 좋기는 하고, 꼭 필요한 거라고는 하나
마음을 담아서 드리고 싶어서 그런거 같다.

이사람은 이래서 걸리고
저사람은 저래서 걸리고
평소에 안면이 익고 어깨를 부딪고 사는 이들을
떠올려 가며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가는 데로라면 여기 저기 주고 싶은 사람 천지이다.
그래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는 아줌마인 지라
이리 저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달간의 살림을 가늠해보며
나름대로는 알뜰하면서도 소홀함이 없는 시간들이 되고저
오늘도 마음과 발이 모두 분주하기만 하다.

아마
지금쯤 시골에서는
시부모님들께서 자식들 기다리시는 마음으로
설레임의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그곳에서
자식들을 기다려 주실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름진 그 얼굴들을 떠올려 가며
난 또 두런 두런 무언가를 준비해 본다.

부모님을 위하여 무언가를 고르는 시간이
이렇듯 큰 행복임을
한해 두해 명절을 더해 가며
그 분들의 생일상을 함께 하며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버님을 위하여 ??어 보이실 거 같은 셔츠 한장을 고르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분위기 있는 가을 핸드백을 골라 본다.

무엇으로 그 분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 돌려드릴 수 있으랴만은
그래도 무언가 드리고 싶고 .....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계셔주시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은
변하질 않겠지.....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서 산뜻한 넥타이 한점을 고르고
그러고도 한참을 배회한다.
떠다니는 마음을 부칠 곳 없어서 달그락 거리며 부산을
떨어도 본다.

이제 또 집안의 조카들 차례.....

오늘은 아마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살림 거들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팍팍 인심 쓰려면
다리품좀 팔야야 할 테지만
난 주는 기쁨을 맘껏 누리고 싶어진다.

더 늦기전에
산새들 지저귀는 좋은 곳에 계시는
내 엄마도 찾아뵈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에게 내 사는 이야기
들려주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어야 하는데 조금은 걱정이 된다.

그래도
그 분은
오랜만에 만나는 무심한 딸을
반가이 맞아주시겠지.....

살아생전에 술 좋아하셨는데
나는 그걸 안 닮았으니
함께 앉아 대작할 수도 없지만
하루 쯤은 그래보아도 괜찮으리라.

은은한 국화향의 술은 어떨까 싶다.

어떤 모습으로 든
나를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달려갈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여
지친 모습으로 만나면 안되니
걸음을 조금만 빨리 해야지.....

오늘 따라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걸려서 넘어지면 안되는
귀하신(?) 몸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