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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조금만 더 깊어지기를...


BY sorory 2001-09-24


가을이 조금만 더 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딸 아이 동시 속의 표현처럼, 햇님과 뽀뽀한 나뭇잎들이
저마다 발갛게 노랗게 물드는 즈음 쯤... 말입니다.

깊어지면 무어 볼일이 있냐구요?
아니요...특별히 볼일은 없답니다.
그저...깊은 가을 중 아주 한가한 어느 날,
물든 잎들 달고 섰다가 바람결에 그 잎들 몇 장씩 떨구어 굴리는
가을 길을 따라 자전거 타고 나서 보려구요.

작은 쌕에 캔 커피 하나. 새우깡 하나. 카메라 하나 그렇게 넣어서요.

길다란 공원길을 따라가다가~ 옥구도를 지나~ 지난가을 이후
한 번도 발 디디지 못한 덕섬 쪽으로 페달을 굴리겠습니다.

섬 입구 인다바 까페 옆에 자전거를 세운 후
조막만 한 섬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곁으로 다가서다가
혹? 잔디밭 박스까페의 아가씨가 나를 알아보고
엷은 미소라도 보내온다면, 미안하고 반가운 마음에~
비싸기는 하지만 그 아가씨가 따루어 주는 원두커피 한잔 사 들겠습니다.
캔 커피는? 음...두었다 나중에 마시지요. 뭐.

섬 자락 깊숙이 까지 물 든 시간이라면
섬 끝 바위에 기대 앉아보겠고,
섬 앞자락 훤히 비운 물 난 시간이라면,
섬 건너 바다 가까이로 가보겠습니다.
가을 햇살에 젖은 등 말리며
거미처럼 뻘 위에 엎드렸던 아기 게들이
그들을 울리는 내 발걸음에 화들짝 놀라
물 스미듯 뻘 속으로 잠시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편안한 자리 골라 너른 갯벌 바라보며 앉아
커피 한 잔 다 마신 후~
새우깡 봉지 뜯어 바스락거리며 먹다가
혹? 이뿐 아줌마 왔다고^^
머리 위를 배회하는 숫 갈매기들 있으면
불러다 함께 나누어 먹으렵니다.

그렇게... 앉아 있다보면
든 물이었으면 고운 속살 드러내며 잠시 멀리 나겠고
난 물이었으면 고운 물 주름 지으며 발 아래까지 들겠지요.
그리로,
물 밑 것들의 움직임이
실지렁이 자취처럼 나기도 할 것이며
깊숙한 포구로 드는 뱃머리로
내 새우깡 나눠먹던 갈매기들의 소란스러움이
썰물처럼 옮겨가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앉아 있다보면
지난가을엔 눈 씻고 봐도 바다에는 없던 가을이
어쩌면 올 가을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기만 하면 카메라에 모두 담아 오겠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여~ 카메라엔 도저히 아니 담아지면
눈에라도 모두 담아 오겠습니다.

가을이
조금만 더 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깊어지면 무어 볼일이 있냐구요?
네~ 있지요. 있고 말구요.

자전거 타고...덕 섬에 갈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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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어 왔습니다.
모든 님들~ 다~ 좋은 가을 되시는 중...이시지요? ^^
풍성한 글들 읽을 수 있어 저도 좋~은 가을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