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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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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만 만나라..


BY 올리브 2003-06-29

오후근무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시간에 딱 맞춰서 끝났다는 상쾌함에 선배 간호사와

팔짱끼고 막 병원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 주차장에서 누군가 벌썩

일어서는걸 봤을때도 걔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 oo 아...''''''''

한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와 서있는 걘 내가 대학에 막 들어설때부터  유일한 내 편

이었었던 아이였다..

 

'''''''' 너 내가 오후근무 인거 어찌 알았냐.. ''''''''

 

'''''''' 그냥... 여기 근처에서 동문회가 있었어.. 한번 기다려보고 아니면 그냥 집에 가려구..''''''''

 

걔다운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걘 늘 이렇게 기약없이 날 기다려 줬었다..

내가 회식후에도 끝날때까지 늘 구석진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날 집에까지 바래다 주곤

했었다.. 난 귀찮다는듯이 막 걔한테 못되게 굴면서 ...

 

병원생활에 적응하느라 짜증나 걔한테 다 덮어 씌우면서도 걘 늘 한결같은 웃음으로

내 곁에 있어줬었다.. 많이 힘들면 자기한테 다 풀라고 하면서..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지금은 그때랑은 좀 달라진 걔가 어쩐지 섭섭하면서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찾아와 준것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걔에 대한 믿음과 정성과 관심을 알았으면서도 난 남자친구가 생길때마다 걔한테

떠들어 대기도 했고 내가 힘들때 걔한테 억지같은 말로 쏘아대며 많이 아프게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제서야 왠일이냐고 물어봤다..

얘기가 하고 싶댄다..

 

차 끌고 집 근처로 오면서 도착하기도 전에 걔가 내게 한말은

 

'''''''' 너 .. 아직 애인은 없지?  너.. 나 같은 사람만 만나라.. 나 이제 너 못 만나..

   나 .. 애인 생겼다.. 나한테 잘해줘... 동생처럼 나도 만나다 정 들었어..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

 

'''''''' 어... 그때 니가 말했던 그 여자아이?  근데 아니래며.. 그냥 동생이래며..''''''''

 

'''''''' 그땐 그랬구.. 너 .. 너도 이제 애인이 생겼음 좋겠다.. 이젠 전화도 못할것 같아..''''''''

 

'''''''' ... ...  ''''''''

 

'''''''' 차 한잔 더 마실래? ''''''''

 

 

그리고 나서 난 황급히 화장실 갔다 온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컴컴해져왔다..

앞이 보이질 않았으니깐..

 

화장실 거울앞에서 멍청하게 날 진정시키느라 대책없이 쏟아지는 눈물땜에 시간이

필요했다..

근데 눈물이 그치지 않아 한참을 닦아내다가 다시 걔한테 갔었다..

 

'''''''' 너 왜 이렇게 오래 있다가 오냐.. 걱정했다야..''''''''

 

내 걱정이 왜 되는데.. 나쁜 자식...

 

내가 좋다며 다른사람이랑 살다가 싫으면 그땐 자기랑 살자며 떠들어대놓고

이게 뭐냐구.. 날 이렇게 비참하게 하다니..너.. 너 맞니?

 

속으로 막 걜 향해 쏟아부으면서 그래도 내 마지막 자존심이 날 붙들었다..

 

'''''''' 나가자.. 알았어.. 근데 너 같은 사람 또 어디 있겠니? ''''''''

 

그리고 억지로 웃자니 가슴이 쓰려왔다..

 

담날 병원에 가면서 내가 얼마나 그동안 걔한테 모질게 했었는지 내 욕심이 얼마나

걜 힘들게 했었는지 차곡차곡 맘 속에서 쌓여가는게 맘이 복잡했다..

 

정신없이 병원근무를 하다가도 갑자기 둔탁한 흔들림땜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져버리는 모양새가 한심도 했고 그렇다고 걔한테 가슴 떨린 감정도 없으면서

걜 붙잡는건 말도 안된다는 헷갈림에 어지러웠다..

 

걘 그렇게 떠났고 나도 걔한테 떠나고 싶어서 애썼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내 편일것 같았던 걔가 이젠 없다는 생각에 그곳에서 걜 빼내느라 고역이었지만

언젠가 그래도 니가 내 편이어서 고마웠었다는 생각이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갈수

있게 해줬다..

 

잘 했어.. 아주 잘했어..

 

나 .. 잘 살께.. 너 만큼만...

 

가끔씩 어쩌다 걔가 생각날때면 이렇게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