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근무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시간에 딱 맞춰서 끝났다는 상쾌함에 선배 간호사와
팔짱끼고 막 병원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 주차장에서 누군가 벌썩
일어서는걸 봤을때도 걔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 oo 아...''''''''
한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와 서있는 걘 내가 대학에 막 들어설때부터 유일한 내 편
이었었던 아이였다..
'''''''' 너 내가 오후근무 인거 어찌 알았냐.. ''''''''
'''''''' 그냥... 여기 근처에서 동문회가 있었어.. 한번 기다려보고 아니면 그냥 집에 가려구..''''''''
걔다운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걘 늘 이렇게 기약없이 날 기다려 줬었다..
내가 회식후에도 끝날때까지 늘 구석진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날 집에까지 바래다 주곤
했었다.. 난 귀찮다는듯이 막 걔한테 못되게 굴면서 ...
병원생활에 적응하느라 짜증나 걔한테 다 덮어 씌우면서도 걘 늘 한결같은 웃음으로
내 곁에 있어줬었다.. 많이 힘들면 자기한테 다 풀라고 하면서..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지금은 그때랑은 좀 달라진 걔가 어쩐지 섭섭하면서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찾아와 준것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걔에 대한 믿음과 정성과 관심을 알았으면서도 난 남자친구가 생길때마다 걔한테
떠들어 대기도 했고 내가 힘들때 걔한테 억지같은 말로 쏘아대며 많이 아프게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제서야 왠일이냐고 물어봤다..
얘기가 하고 싶댄다..
차 끌고 집 근처로 오면서 도착하기도 전에 걔가 내게 한말은
'''''''' 너 .. 아직 애인은 없지? 너.. 나 같은 사람만 만나라.. 나 이제 너 못 만나..
나 .. 애인 생겼다.. 나한테 잘해줘... 동생처럼 나도 만나다 정 들었어..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
'''''''' 어... 그때 니가 말했던 그 여자아이? 근데 아니래며.. 그냥 동생이래며..''''''''
'''''''' 그땐 그랬구.. 너 .. 너도 이제 애인이 생겼음 좋겠다.. 이젠 전화도 못할것 같아..''''''''
'''''''' ... ... ''''''''
'''''''' 차 한잔 더 마실래? ''''''''
그리고 나서 난 황급히 화장실 갔다 온다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컴컴해져왔다..
앞이 보이질 않았으니깐..
화장실 거울앞에서 멍청하게 날 진정시키느라 대책없이 쏟아지는 눈물땜에 시간이
필요했다..
근데 눈물이 그치지 않아 한참을 닦아내다가 다시 걔한테 갔었다..
'''''''' 너 왜 이렇게 오래 있다가 오냐.. 걱정했다야..''''''''
내 걱정이 왜 되는데.. 나쁜 자식...
내가 좋다며 다른사람이랑 살다가 싫으면 그땐 자기랑 살자며 떠들어대놓고
이게 뭐냐구.. 날 이렇게 비참하게 하다니..너.. 너 맞니?
속으로 막 걜 향해 쏟아부으면서 그래도 내 마지막 자존심이 날 붙들었다..
'''''''' 나가자.. 알았어.. 근데 너 같은 사람 또 어디 있겠니? ''''''''
그리고 억지로 웃자니 가슴이 쓰려왔다..
담날 병원에 가면서 내가 얼마나 그동안 걔한테 모질게 했었는지 내 욕심이 얼마나
걜 힘들게 했었는지 차곡차곡 맘 속에서 쌓여가는게 맘이 복잡했다..
정신없이 병원근무를 하다가도 갑자기 둔탁한 흔들림땜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져버리는 모양새가 한심도 했고 그렇다고 걔한테 가슴 떨린 감정도 없으면서
걜 붙잡는건 말도 안된다는 헷갈림에 어지러웠다..
걘 그렇게 떠났고 나도 걔한테 떠나고 싶어서 애썼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내 편일것 같았던 걔가 이젠 없다는 생각에 그곳에서 걜 빼내느라 고역이었지만
언젠가 그래도 니가 내 편이어서 고마웠었다는 생각이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갈수
있게 해줬다..
잘 했어.. 아주 잘했어..
나 .. 잘 살께.. 너 만큼만...
가끔씩 어쩌다 걔가 생각날때면 이렇게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