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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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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갈 수 없을까..


BY 동해바다 2003-06-27

 

"엄마야~~~~"

조용한 아침을 깨트리는 내 목소리가 온 집안을 들썩이게 한다..
깜짝 놀랄때 변함없이 튀어 나오는 ''엄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젠 놀라지 않아도, 그 ''엄마'' 소리가
들어갈 법한데 결국 또 소리를 지르고 만다.

아침상을 차려놓고 어제 받아놓은 배추를 절이기 위해 베란다에서
손질하고 있던 중이었다.
반을 가른 노오란 배추속에 동그라니 또아리 틀고 있는 벌레를 보고
질겁을 한 것이다.

"엄마..왜..왜 그래요?"
수저를 입에 문 채 달려 나온 아들과, 마당청소를 하고 있던 남편이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내 곁으로 다가온다.

내 소리에 놀라 다가온 식구들이지만...
다가와서는 시큰둥이다...
난 무서운데 말이다.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을 뽑으라 하면 나는 단연코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말하리라...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 없어서는 안될 유충이지만 그런 종류의 벌레들을 보면
왜 그리 소름이 끼치는지....

워낙 어린시절부터 보기만 해도 난리법석을 피었는데 여전히 보기만 해도 꺅~~이다...
아마 죽을때까지 내 눈에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보일것이다..

아주 오래전..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그림동화를 보면서...
책을 집어던졌던 적이 있다.

어린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실어 놓았던 책이었는데 넘길수록 많아지는 그림들을 보고..
꼭 책에 그 벌레가 있는 것 처럼 느껴져 책을 던졌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 그런 것들에 무딘 아줌마가 되었건만...
어찌하여 변함이 없을꼬...
TV를 시청하다 나오는 그런 종류들을 보면 나는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아이들은 금방 눈치채고 나를 쳐다보고는
''엄마...화면 지나갔어''...

눈을 떠보면 아직 화면속에는 더 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를 가지고 놀리다니..보면서 그렇게 재미 있어 하다니...

비록 징그러워 이내 자릴 뜨고 말지만......

배추를 다듬으면서 세번의 으악 소리에...
결국 핀잔만 듣고, 먹지 않으면 안될 김치를 만들기 위해..
난....이를 악물고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리면서...
배추 켜켜이 소금을 넣는다..

휴...언제쯤이면 봐도 아무렇지 않을 날이 올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왜....그렇게 생겼을까....
좀 보기좋게 생기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