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시작했다던데...
며칠 소강상태인지 어제 오늘 무지 덥고 해도 뜨겁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볓 놓칠세라 아이들 깔개 털어널고
덮던 수건이불은 반짝이게 빨아널고
집안 구석구석 먼지까지 털고나니 훌쩍 점심먹을 때가 지났다
늦은 점심으로 친정엄마랑 엄마 좋아하시는 냉면을 삶고,
참기름, 깨소금, 설탕 듬뿍 뿌려 새콤달콤 김치랑 무쳐
비벼서는 둘이 진짜 맛나게 먹고나니 엄마도 나도 졸음이...솔솔 밀려온다.
"한숨 자고 해 좀 들어가면 풀좀 메야겠다.."시던 엄마는 그새 코를 고신다
코 고는 소리에 박자 맞추듯 라디오에선 흘러간 재즈곡이 춤을 추고
신문뒤적거리며 마치 신문에서 노다지라도 찾을 듯 뭔가 읽을 거리를 찾던 중에..
"따릉, 따릉, 따릉"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으앙~~ " ,
" 엉? 왜? 뭐야?" ,
" 흑, 흑.. 나 피아노집인데...손 다쳤어...흑흑"
"응? 얼마나...어디에서 그랬어?
우는거야? 울지말고 손 꾝 누르고 있어...
선생님은...? 아니, 내가 갈께 끊어!! "
" 아이는 오라고도 않하는데...내가 벌써 흥분해서 이러면 안되지..''''
" 아이는 자립적으로 키워야해..''''''''''''''''
" 아니야, 잘 울지도 않는 애가 전화까지 했으면......혹"
나는 그새 차에 올라 시동까지 걸고 있었다
손에는 소독약과 연고, 밴드까지 들고서..
이러는 내게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손 다쳤다냐 ? 에고.. 운전조심해라"
고개짓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이내 피아노집에 도착하니..
벗나무잎이 무성한 피아노집 마당으로 선생님이랑 아이가 함께 뛰어나왔다...
" 어머..선생님 얼마나 다쳤어요?" ,
" 네...집에 전화를 한 모양이네요..약은 제가 발라주었어요"
"어디보자...."
아이는 휴지로 손가락 끝을 꼬옥 누르고 있었다
" 엥? 요거만큼 다쳤어? "
" 응"
호들갑을 다 떨고 달려왔더니..에구 창피해라...
선생님이 거드신다...
" 근데...상처는 손톱만해도 피가 아주 많이 났어요. 지혈도 않되고...한참을"
내가 상처를 다시 보고 밴드를 매주는데
"피아노도 다 치고 가려던 참이었는데...유리문 열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다쳤어"
유리문이 조금 깨진 곳을 가리키며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나면서...아이가 말했다...
"엄마, 코피 날땐 찬물로 이마를 씻고 얼음 한덩이 입에 물고 있으면 코피 그치잖아..."
"응, 근데...?"
"응..엄마, 이렇게 손가락 베서 피 많이 나고 화끈화끈 아플땐...어떻게 하면 빨리 날까?"
"소독하고 약 바르는거!"
"아니..엄마가 호~~해주고, 차가운 하드를 먹으면 빨리 낮지..."
"오호!...요놈이"
우리는 집으로 오는 길에 농협슈퍼에 들러 차가운 하드를 식구 수만큼 샀다
물론, 오는 동안 손가락 다친 내 아이는 아픈손가락 높이 쳐들고 맛나게 하드를 빨아 먹었다
이 녀석..누굴 닮아 요렇게 천연스레 엄마인 나를 골리는지...
그날 밤 서울 가 있는 남편에게 전화로 이얘길 했더니..
" 당신 닮아 그렇지!! " 한다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