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정에 전화가 하고 싶었다. 삼일전에 들었던 친정엄마의 목소리에는 무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아프시냐고 여쭤보아도 한사코 아니라고만 대답하시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몇 번의 벨이 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예상했던대로 무거움이 담겨져 있었고, 친정엄마는 집요하게 묻는 딸에게 말씀하셨다. " 허리가 이렇게 아프단다. 예전에 아팠던 것처럼.."
그 말이 자식에게 하는 것이 그렇게도 힘드셨을까, 그냥 지금처럼 말씀하시면 되는 것을...
그랬다. 어릴적부터 엄만 항상 당신은 뒷전이셨다.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셨고, 자식들에겐
알 수 없는 눈치를 보셨다. 그래도 막내딸은 그중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런 근심도 없는 것처럼 편안함을 주시는 친정엄마의 마음 한 구석엔,
지난 세월이 쌓아놓은 무거운 짐이 있으시다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가끔 마를겨를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지도 못하시고 지난 세월의 아픔을 쓸어내리고 싶은 마음을....... .
가엾다는 생각을 하면서 친정엄마를 바라보았던 어린시절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웃음보다는
눈물을, 그 안에서도 감사를 찾으시려 했던 너무나도 착하시기만 하셨던 우리엄마,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에게 늘 다짐해왔던 것이 있다. ''''난 결코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거라고....''''
엄마처럼 슬프게 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 다짐이 빗나가지는 않은듯 하기에 친정엄마에게 더욱 죄스러울 뿐이다.
난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엄마에게 장한 아내상, 어머니상 안주나?" 평생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한 헌신만 있었을뿐, 당신을 위한 삶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친정엄마의 삶이 이젠 편안함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일까, 건강하지 못한 막내딸이 또다시 근심을 드렸는데....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