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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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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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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BY 이후에 2001-01-04


난 내가 꿈을 찾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누군가에 의해 내 꿈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아이와 남편에게 그리고 내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내 주변인들에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았다. 과연 누가 내게서 꿈을 빼아서 갔는지를. 아무도 없었다. 아니 진범은 바로 나였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것을 나 혼자 강제하고 그 울타리 안에 날 가두고 그리곤 또 그 곳에 갇혀서 답답해 죽겠다고 아우성치며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애초에 내게 꿈이 있었을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국민학교 4학년 어느 날 교실 안 풍경이 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으셨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창가쪽 맨앞의 아이부터 모든 반 아이들이 차례로 일어나서 자신의 장래 희망을 말하였다. 난 내 순서가 오기 바로 전까지 장래 희망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되고 싶은게 많아서? 아니다. 뭔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 때 나는 내 순서가 되자 그냥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 같다. 그것이 왜 되고 싶은지도 말해야했는데 뭐 아주 지극히 평범한 마치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식 문제에 답을 하듯이 말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그랬다. 난 특별히 되고 싶은게 없었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평범한 게 최고라고 그냥 평범하게 살겠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난 늘 특별하고 싶어했다. 아니 남들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고 싶어했단 말이 더 맞겠다.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남들에게 특별한 취급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면서도 내 자신이 뻔뻔하단 생각도 안했다.
월을 보냈고 지금 여기에 와있다. 그런데 난 지금 뭔가가 되고싶다. 하지만 그 뭔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내 안에 허영이 가득차서 무언가가 되기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전에 화려한 겉모습만을 쫓고 있다.
힘든일에 부딪힐까 두려워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아 버리기엔 못내 아쉬워 물러서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엉거주춤. 날 늘 이랬다. 엉거주춤.
난 꿈을 찾지 못한게 아니다. 애초부터 찾으려고조차 하지 않은거다. 아니 꿈을 찾는 힘든 여행을 떠날 자신이 없어 남 탓만 하며 서 있는 거다. 난 정말 바보다.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