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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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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연로하신친구


BY cosmos03 2001-09-18


그악스럽게 짖어대는 개 들의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할머님이 와 계신다.
신발조차 채 신지 못한채로 나가보니
" 에이 18~ "
하시며 검정 비니루를 집어 던지신다.
아마도 그 무게 때문이엇으리라.
보나마나 저기엔 또 닭 두마리가 담겨있을것이고..
얼른 받아들고 안으로 모시고 들어오니
밥 부터 달라고 하신다.
세상에 지금이 몇시인데... 벌써 10시가 가까워 오건만...
얼마나 시장하셧을까?
특별히 해 드릴게 없는지라 얼른 계란찜을 앉히고...
진지를 차려다 주니 맛잇고도 달게 잡수신다.

올해로 96세가 되신... 내 친구이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서로 아래위로 이웃을 하며 살다가.
재개발로 모두 뿔뿔히 흩어져선 타지로 이사를 갔다.
난, 원래부터 노인분들과 친구를 잘한다.
젊은이들보단 배울것도 많거니와...
모자란면을 잘도 감싸주시며, 조그마한 친절에도 매우 고마워하시는 그 모습이 좋아
안노인 바깥노인 할것 없이 모두 친구로 잘 지내곤 하였다.

지금 이 노인분도 그 중에 한분...
별로 잘해드린것도 없는데. 날 그리도 고맙다고 하시며
일년이면 몇차례씩 다녀가시곤 한다.
오실적마다 꼭 닭 두마리와함께...

남편은 별로 닭을 좋아하지 않지만...
노인분이 남편 고아주라고 사오시니
그냥, 맛잇는척~ 그리도 잘도 먹어준다.
사실은 남편에게 그건 고역이란걸 난 안다.
일 하는날도 장거리 손님도 마다하며 점심시간에 맞추어 허벌떡 거리고
들어와서는...
" 할머니가 사오신 닭을 먹으러 들어왓어요~ "
능청스레 거짖말도 잘하고...

남녀노소, 모두를 안가리고 친구라 하는 날보고
친구들은 이해가 안간다고 한다.
냄새나는 노인들이 무에 그리 좋으냐고~
허나, 허나 말이다.
나도, 또한 너희들도 종당에는 모두 늙지 않느냐 말이다.
그때의 설움을 어쩌려고...
그저, 말 한마디...그저, 손한번...
아주작은 사탕한알~
노인분들은 순수한 어린아이마냥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걸 못 할것이 무에 있겠는가?

아마도 내가 친구라 칭하는 분들중에서 제일로 연장자가 아닐까 싶다.
아흔이 넘어 백살로 닥아가고 계셔도 얼마나 깔끔하시고
사리또한 분명하신지...
그저 가만히 내 손을 잡으시곤 바라만보셔도 좋다하신다.
그냥...눈만 마주쳐드려도.
그런 노인분들이 얼마나 맑고 순수한데...

시장기가 가셧는지.
가방을 뒤적거리시더니
은 가락지 한 쌍을 꺼내어 내 손에 끼워주신다.
당신의 비녀를 공전주고 가락지와 바꾸셧다고...
어쩜, 그리도 맞춤인지.
그리고또 너무도 좋아하시는거다.

시장한걸 해결하시니 잠이 오시나보다
애써서 감지 않으려는 그 눈을 슬며시 감겨드리고 지금 여기 컴 앞에 앉아있다.
내겐...지금같은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현관문을 들어로실땐...왜 정을 내게 주었냐고 우시더만...
아마도 현관문을 나서실땐..
다음을 기약할수 없음에 한바탕 눈물바람을 뿌리시겠지.
이런게 사람사는 정이 아니겠는가?

할머니~
오래사시라고는 안 할께요.
또 오시라고도 안할께요.
하지만요... 건강하게 계시다 가시란 그 말씀만은 꼭 해드리고 싶어요.
설움도 천대도 받지마시고...
자는듯 그리 편히 가세요.
저 역시도 다음을...기약드릴수가 없네요.
언제던...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