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34

동서 시집살이


BY 마당 2003-06-25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 동서 시집살이가 더 무섭다란 말이 있듯이

 시집오기 전에는 그것이 무슨얘긴지 무슨 동서가 더무서울까

 시어머니가 더무섭지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었다.

 지금이야 만혼이 흔하지만

 그때 당시는 스물일곱이란  젊지않은? 나이도 그렇거니와

 괜시리 잘났다고 버텨봐야  더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어

 선을 본지 두달만에 전격 웨딩마치를 울리고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아!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벗는날부터

 나는 철저하게 결혼에 대한 쓴맛, 떫은맛,  신맛, 

 온갖  맛보고 싶지않은 맛들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친정에선 막내로 살면서 언니 오빠들이

 뭐든 오냐 오냐  받아주었기에 그야말로 응석쟁이 였었는데,

 시집이라고 와보니  참 이거 만만치 않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줄이야~~

손위 맏동서는 나보다 두살 위였는데 경상도 여인으로 조금 뚝뚝하고

 전혀 조금의 불이익이나 손해를 보려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깡마른 체구에 첫인상이 사납다고 해얄까  억세다고 해얄까

 하여튼  그랬다.

 자유분망하고  지식인 이셨던  친정 아버지에 비해

 시아버님은  공자만 따지시는 유교파 이셨기에

 가기만 하면   "그저  형제간에 우애가 최고니라

 형제간의 우애는  여자들 하기 나름이니라" 하시면서

 밥상머리 세뇌교육을 시켜대시는데

 나두 모르게 그 교육속으로 세뇌되어지고 보니

 형님이 뭐라든 뭘 시키든  그저  예,예, 예,

 비굴하리만치  순종하게되었고

 이것이 사단이었든가 

 이미 자기손에   길들여진 나를

 고맙고  기특하게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쟤는 아무렇게나 부려먹어도 돼 뭐 이런식으로 생각하게 된거다.

 내가사는 바로앞에  큰 식당을 개업하면서

 허구한날 불러대고  형제간에 뭐 일당이랄것도 없지만

 하루종일 식당종업원으로 일을 시켰으면 저녁에 남은 반찬이라도

 줘야  집에가서 따로  신경쓰지 않건만 

 이건  정말 어딜 갈수가 있나

 허리를 펼수가 있나

 어쩌다 아프다고 하면  꾀부리지 말고 빨리 나오라고

 불호령이다 .

 시댁에 일이있어 모이면  윗동서와 막내동서는

 뭐가 그리도 잘 맞는지  일은 않고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앉아서  애꿎은 둘째인 나의 분주한 서성거림을 즐긴다.

 그깐 내가 하고 말지  위계질서 운운하며 대들거나 싫다고

 하기도 싫고  그저 소처럼   개처럼 

 그렇게 모든일을 처리하며 속으로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다.

 일끝나고 집에가서  신랑한테 나 이래서 속상하다 하면

 오히려 그깐일에  마음상해한다고 타박이고 

 크고작은 일이 있을때마다 뭐가 그리 할일들이 많은건지

 널부러진 상 그대로 내버려두고 가버린다.

 허리 꼬부라진 시어머니 시키기가 그래서 내가 또 끝까지 남아서

 뒷처리를 하느라  정말  이럴려고 내가 시집을 왔던가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시집을 왔단 말인가

 수도없이 되뇌이며 괴로워 했었다.

 원래 성질이 꾀를 내는것은 못하는 미련 곰탱이라서

 그렇게 열심히 하건만

 조금의 여유도 주지않고  가만 놔두질 않는다.

 한번은 원주 치악산으로 온 식구가 놀러갔는데

 저녁도 먹고  치웠으니 피곤하여

 누워서  가물가물하여 지는데  누가 툭 툭 건드린다.

 보니 형님이다.

 

 일어나서 내일 아침 쌀을 씻어놓으라는 거다 .

 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시간에 쌀은 왜 씻으며

 놀러간 사람들이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면 되건만

 굳이 씻어놔야 한단다.

 할수없이 비척 비척 일어나서  개울가로 가는 발걸음에

 나 안살어 니네들과 안살어  중얼거리며

 개울가에 허연 쌀뜨물을 떠내려보내면서

 내마음도 함께 떠내려 보냈었다.

 그 숱하게 많은 시집살이를 무슨말로 다 표현하리요

 오죽하면 벌써 멀리서 형님이 보이면

 온몸의 세포들이 후루루  준비자세를 갖추는것같고

 팽팽한 긴장과 스트레스 덩어리들이 우루루 몰려온다.

 명절이나 무슨일이 있어 모여야할날이 가까워지면

 내마음은 누렇게 발효를 시작한다.

 호랑이보다 더 무섭고 뱀보다 더싫은 그 차가운 시선과

 날 무시하는 태도가 두려워서 ...

 다만 그 무시무시한 위계질서란걸 파괴하지 않으려고

 나 하나 참으면 다 평화로운것을 하면서 참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시집살이를 견뎌내야했다.

 내가 형님보다 못배운것도 아니요

 형님보다 덜 생긴것도아니요 

 형님보다  생각이 없는것도 아닐터인데

 시집살이란 미명하에

 이렇게 혹독하게  내자신을  삭이고 다독이고

 끌어내리면서 살아야만 했을까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  동서시집살이가 더 무섭고 더럽다는걸

 절실히 느끼면서  세상사람들에게 고하고 싶다.

 

 절대 절대 큰 동서라고 해서 아랫동서 무슨 소부리듯 하지말고

 다독여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인간은  시키면 더하기싫고  무시하면 반발한다는 진리

 그거 하나쯤  머릿속에 담는 사람이 큰 며느리 명패달수있는 자격이

 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