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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노 등골 빼먹는 자식보다...개편중인가요? 구에세이방 거 또?


BY 잔다르크 2003-06-20

부모 등골 빼먹는 자식보다...
 
해질 녘에 집을 나섰더니
운동하고
독서실에서 책 좀 뒤졌는데
벌써 캄캄하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자니
큰 길 삼거리서
"수박 한 덩이에 삼 천 원!"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저께 딱 반으로 갈라 논 걸
사 천 원에 샀는데?
싸다 싶어 엉성한 난전을 기웃거렸더니
키가 훤칠하니 잘생긴 청년이 자꾸 권한다.

사천원짜리는 장담을 못 하겠으니
삼 천 원짜리를 사란다.
"장사치가 이실직고도 하능교?" 라고 웃었더니
"오늘 처음 해보는 겁니더!" 씩씩한 목소리다.

옆에는 총각의 어머니인 듯한
깔끔한 아주머니가
자식이 안스러운지
연신 달다고 거들고 나선다.

"군대갔다 와서 대학 졸업하고
연거퍼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더만
올부터 자가 절카고 나서서 따라 나섰다우,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우야만 좋겠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뉴스로 봤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휴 한숨이 나왔다.

사교육비에 대학 등록금에
뼈 골 빠지게 공부시켰더니
길바닥에서 수박장사를 하겠다?
자식이라면 목숨거는 어미 가슴이 어찌 찢어지지 않으리!

수박을 들만지다
전화가 오자 몇 개 남은 거 다 팔아야
집으로 갈 거라며
철딱서니 없는 아이처럼 한참 동안 수다를 떤다.

"고마 총각이 알아서 주이소!"
손이 안 아프게 만들어진 참한 수박조리가
아까워 보일 정도로 뻔새 없는 수박을
달랑달랑 흔들며 왔다.

허기사
빈둥거리며 부모 등골 빼먹는 자식보다
어렵게 용기를 낸 그 청년의 미래가 밝으리라!
''그래, 곧 만 원짜리 수박을 팔 날도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