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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무궁화~~


BY 들꽃편지 2001-09-15

무궁화~~무궁화~~
매일 버스를 타고 일산에서 화정으로 출근을 한다.
30분 정도 가는 사이 차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밀려 오는 순간이다.
창밖 풍경을 하나도 빼먹지 않으려고 차창에서 거의 눈을 떼지 않는다.
차창밖엔 많은 이야기가 수필처럼 써 있다.
그저...잔잔하게...
그냥...있는 그대로...
그리하여...내 눈에 담고 내 가슴에 쌓아둔다.

가을이 차분하게 오고 있다.
육교밑엔 토란대가 무성하고,
텃밭엔 수수와 옥수수대가 누렇게 익어가고,
멀리 언덕엔 나뭇잎색이 바래가고 있다.

들꽃은 이제 거의 없다.
여름 들꽃은 사라지고 가을 들꽃은 아직 이르다.
그런데...
무심히 보아온 꽃나무가 있었다.
무궁화였다.
연보라색으로 흰색으로 분홍색으로 꽃은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 꽃이면서도 별로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썩 이쁘지도 않고,
들꽃처럼 아기자기 하거나 청순해 보이지도 않고,
그랬다.
무궁화꽃이 여름부터 피어 있었을 것이다.
진작부터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을텐데...

여름꽃이 다 지고 가을꽃은 아직 이른 지금에서야
무궁화꽃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키가 중간쯤 정도고,
나뭇잎은 작고 꽃은 크면서 한겹이고,
꽃 색도 꽃모양도 힘이없어 보이는 흐리멍덩한
그냥 그렇게 피어있던 꽃이였음을...

그리고 무궁화꽃을 보니 아픈 기억 한줄기가 흐리하게 보인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였을까?
언제나 밝고 튼튼하신 큰이모가 갑자기 쓰러지시더니 폐암말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으셨다.
수술도 소용없고 세상을 등질 그날을 기다리며 진통제로 하루를 절절거리며 사셨던 그 해 여름날...
이모를 보러 엄마와 동생과 함께 큰이모집을 갔었다.
큰이모는 진작부터 우리식구들을 기다리며 봉당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있으셨다.
아프기전의 이모모습과 너무나 다른 이모를 보고 난 무서웠었다.
이모가 날 보고 힘없이 웃는 모습도 무섭고,
연실 숨이 차서 헉헉이며 괴로워 하시는 것도 불쌍하면서도 무서웠다.
엄마와 이모는 자꾸만 자꾸만 우시고...
그 날 큰이모네집 마당엔 한 그루의 커다란 무궁화나무에 파리한색 무궁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무궁화꽃을 보며 이모의 병든 얼굴색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난 이모얼굴을 빗겨보며 무궁화꽃만 바라보고 또 바라보곤 했었다.
두 달 뒤 이모는 돌아 가셨다.
이모가 화려한 꽃상여 타고 가던 날.
시들어진 무궁화꽃은 더 파리해져 휴지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픈 큰이모가 흐리하게 보이는 파리한색 무궁화 꽃.

차창밖에 있는 무궁화꽃은 색도 여러가지 였다. 분홍색,흰색,연보라색,아마도 이모네 집 마당에 있던 꽃은 연보라색이였나보다.
짙은 향기도 없고 모양새도 특이하지 않은 그저 그런 꽃이지만
나 하나만은 보아 주리라 마음 먹고,
가면서 오면서 무궁화꽃만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심어져 있다는 걸 알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계절에 무궁화꽃이라도 볼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고, 나중엔 친근하고 다정함까지 생겨 났다.

무궁화~~무궁화~~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학창시절엔 노래라도 불렀고,
학교와 교실과 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무궁화.
그리고 이모집 마당에 파리하게 피어있던 무궁화.
잊지말아야지,기억해줘야지,관심을 가져야지...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