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벼락에 핏빛 장미꽃들이 하나 둘 앞 다투어 피어납니다.
만개한 장미들도 아름답지만 이제 피기 시작한 장미꽃들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거기에는 기다림의 설레임과 꿈꾸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제 저는 큰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였습니다. 오랫만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도 힘이 없고 유한한 우리네 인생인데 이제
조금 있으면 꽃보다도 더 빨리 지고 말터인데 우리는 오늘도 진흙탕
싸움을 하며 달려가고 있지요.
큰어머니의 단아한 모습과 정다운 음성이 들리는듯한데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으시다니...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네 인생인것을 우리는 왜 그토록
가지려고 하고 왜 그토록 연연해 할까요?
향기나는 한 송이 꽃보다도 못한 수 많은 인생들이 있습니다.
붉은 장미꽃을 바라보며 두서 없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계단에서 떠밀어 아이를 죽게한 계모의 기사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술취해 부모를 살해한 그것도 못해 토막까지 내어 쓰레기 봉투에
버린 어린 대학생의 기사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서로 아껴주고 아픔도 같이하고 슬픔과 기쁨도 같이
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