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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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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옛 애인이 지나가네


BY hansrmoney 2003-06-17



저기 옛애인이 지나가고 있는데[5] 이청리


나 아닌
이 사람에게도
뜻모를 첫사랑의 그 강 하나를
힘겹게 건너왔으리라
심연의 그 깊은 곳에
내려 앉은 절망을 부여 안으며
게센 물살 속에서
조악돌로 뒹구었던 날들도 있었으리라

하늘이
이 사람과 하나로 묶어
새로이 인연의 길하나를
열라 하올 제
내 마음보다
내 몸이 먼저 대답했는지
내 마음보다
내 운명이 먼저 대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또 하나의 큰 사랑
이 꽃과 같은 아이들의
이 향기 맡고 있으면

인연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빛으로 환하게 펼쳐져
나를 행복으로 이끌고 가네

내 처음의 인연의 끈을
묶어주는 그 분은 누구였습니까

아!
우리는 불이 아니면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네
아!
우리는 물이 아니면서
드넓은 대지를 적시고 있었네
아!
우리는 숲이 아니면서
우주의 그 처음을 엿보고 있었네

그대의 빈 갈비뼈를
채워주는 나는
그대 곁에서 언젠가부터
바람으로 맴돌고
더 온전한 갈비뼈를 찾아
떠나야 했던 그대는
바람이라고 여기던 나를
아직도 그리워 할까

찾아 올 수 없기에
그대가
바람으로 내게 불어오는
오늘은
내 영혼 속
참부끄러움을 알아버렸네

나 없이
못 살 것 같은 그대를
또 다른 그 어디에 인연의 끈을
준비해 두고
내 곁을 떠나게 했습니까

울음이 홍시감처럼 터져버린
내 마음에서
끌어당겨보는
이 인연의 끈은
그대가
아직 놓지 않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놓지 않고 있는 것인지
이 거리에서
시장 바구니를 들고 가면서
속절없이 끌어 당기고 있었네

엄마!
오늘 아빠 생일 날인데
무슨 선물을 살까!
이 말에 나는
그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고
나를 위해 몸이 부셔지는 땀방울의
그 거울을 내미는 이 사람 앞에서
나는 다시는
그 끈을 잡아 당기지 않으려고 해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파란 힘줄이 솟듯 끌어 당기고 있었네

껍질이 아닌 나여!

그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화를
확인하면서 떨어야 하는가
이 긴 떨림으로
긴옷을 꺼내어 입어야 하는가

내게 너무나 소중했던
기념비적인
그 날에 대한 묵념이 아닐지 모르겠네
이렇게 옷깃을 여미며
그 날에 대한 묵념이 아닐지 모르겠네
그대여!나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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