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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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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그리움의 뜨락


BY youni70 2003-06-15

국민학교를 다닐때의 일이다.
우리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십여리쯤 떨어진 거리였다.
마을에는 과수원이 많아서 학교로 가는 길 양편으로
과수원이 늘어서 있었다.
다른길도 있었지만 나는 친구들하고 과수원으로 가는
길로 학교를 다닐때가 많았다.

봄이면 과일나무마다 다른 색,색깔의 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복숭아가 익어 갈때면 오며가며 단물이 흐를것같은
먹음직스런 복숭아를 쳐다보며 침을 삼키기도 하였다.
어쩌다 길가에 떨어진 과일을 줏는날은 마치
횡재라도 한듯 옷에 슥슥 문질러서는 친구들하고
한입씩 나눠먹었다.

과수원길을 지나면 작은 동산이 있는데 군데군데
무덤이 있었다. 그곳을 지날때면 우리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책보를 허리에 두르고 뜀박질을 하면서
한참을 가다보면 학교가 있는 마을이 나왔다.
중간쯤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는데 입구에다 철망을
쳐놓고 작은 구멍을 통해 물건을 팔았다.

우리는 그곳보다는 학교옆에있는 문방구겸 온갖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를 더 좋아했다.
그곳에는 없는게 없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올때면
친구들하고 가게에 붙어서서 눈으로나마 온갖 과자들을
구경하였다. 큰 알갱이 설탕이 잔뜩 붙은 눈깔사탕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한번은 소풍을 가는데 모처럼 엄마가 돈을 꽤 주었다.
신이나서 학교로가니 교문앞에 장사꾼들이 여럿있었다.
호기심에 구경을 하는데 내눈길을 끄는게 있었다.
야바위 아저씨가 돌리는 숫자를 맞추면 더많은 돈을
준다고 하였다. 친구들이 구경을 하느라 모여 있는데
나는 용기를 내어 돈을 걸었다.

결과는 있는돈을 몽땅 날리고 말았다.
그날 나는 하루종일 비참한 기분이었다.
소풍을 가서도 돈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렸다.
시원한 사이다도 못사먹고, 그렇게 먹고싶던 사탕도
못먹고 아저씨한테 빼앗긴것같아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그이후로는 절대로 그런데 호기심을 가지는 일이 없었다.
지금도 재래시장을가면 큰 눈깔사탕을 파는데 어릴적
생각이나서 한봉지 사와서 먹어보면 별맛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