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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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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다마 (금 구슬)


BY 다방커피 2003-06-09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애인은 군대에 보내고
불투명한 미래로 걱정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당당하고 나름대로 멋진 대학 3년!

단돈 10000원에 일어 기초를 가르쳐준다는 강좌가 있었다.
영어가 안되면 일어라도..
나름대로는 멋진 마인드를 갖고 도전하고자 강의실에 들어섰건만,
수강생 10여명중에 1학년이 아닌 사람은
나와 내 친구뿐.
내 친구는 그나마 일어 기초는 어느정도 되어있는 상태.
난 우리나라 말로 ㄱ,ㄴ 도 모르는 상태.
그래도 기죽으면 안된다.
고럼고럼!
아자아자! 파이팅!!!

강의를 들은지 이틀정도 되었나?!?
둥글게 모여앉은 강의실에서
일어 강사 칠판에 뭐라고 쓴다.

"긴 다마!!!"

저게 뭐꼬???
회심의 미소를 띄우던 일어 강사

"자! 긴은 금 이라는 뜻입니다.
다마는 다 알죠? 다마치기 한다는 말도 있고..
구슬이죠!
그렇다면?"

일어강사 눈동자가 수강생들 머리를 따라 굴러간다.
아무도 답이 없다.

'아~ 긴다마라.. 금구슬... 저게 뭘까..'
난 가만히 책상에 턱을 괴고는
일어강사 입술에서 무언가가 나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일어강사 한번의 더 힌트를 준다.
앞에 앉아 있던 남학생을 가리키며

"자네 모르겠나? 자넨 두개나 있잖아!!"

'헉!!!'
순간 머리에 무언가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를 띄고 말았다.

일어강사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집게손가락을 강력히 뽑아 들며

"거기!!! 3학년!!!"

'허걱'
순간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와서 꽃혔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살며시 웃었다.

일어강사 소리를 치며

"말해요, 알고 있는거 같은데.. 지금 생각하는게 맞다니까!
애인이 있다더니, 모르는게 없어! 역시 3학년이야.!!!"

나를 자꾸만 다그친다.

'나두 말하고 싶죠...브... 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생물시간이나 가사시간에 배웠던 전문용어는 전혀 생각이 안나고
처음에 떠올렸다 'ㅂ'의 글자만 자꾸 맴돌았다.

내속의 갈등도 모르고
일어강사는 그저 내가 부끄러워 그러는줄 알았는지
계속해서 말하라고 다그친다.
1학년 수강생들은 뭔데 그러냐며
속시원히 말하라고 순진한 듯한 시선을
내게 고정시키고 있다.

숨넘어가는 듯 눈을 치켜뜨고, 가슴을 부풀어올리며
이걸 '말해' '말아' 를 속으로 수없이 되새김질했다.

에라 모르겠다.

"브으으 랄!!!"

헉 말해버렸다.
근데 분위기가 왜이래???

강사는 곧게 뻗었던 집게 손가락도 오무리지 못한채
잠시 숨을 고른다.
3초정도 싸한 정막이 흐르더니
푸하하 하며 모두들 웃음을 터트리는 가운데

"네 음낭이죠!"

라며 강사는 정리를 했다.

'아, 맞다. 음낭!!
그 말이 왜이리도 안떠오르던지..'
옆에 있던 친구 나보다도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난 그 뒤로 일어를 접었다.

지금도 일어중에 아는 것은 긴다마 뿐이다.
그것도 일어로는 쓸줄도 모른다.

며칠전 방송되었던 구성애의 아우성에서
어릴적부터 용어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맞아 맞아'를 연신 내뱉으며 지난일을 떠올리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