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나섰다가 돌아올 무렵에는
낮게 흐려있던 하늘에서 가느다란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발걸음을 빨리 집으로 돌아오던 길 -
저만치 앞서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만났지요.
할아버지는 흰런닝셔츠와 물이 낡은 회색 바지 차림이세요
키는 크신 편이지만 등이 굽으셨네요.
할머니는요 혈압으로 쓰러지셨던가 봐요
지금 회복 중이신지 걸음걸이가 아주 불안정하고요
숱이 없는 머리는 엉클어지고요
쓰러질듯한 몸을 할아버지께 의지하고는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걸으세요.
미리 준비한 우산을 할아버지가 펼치시네요
우산은 할머니께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요
천천히 천천히 할머니 걸음에 맞추어 걸으세요.
비를 피하려고 걸음을 재촉하던 나도 덩달아 걸음을 늦추었어요.
두 분의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그리고요...
눈물이 핑 도는거예요.
"이렇게라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우이."
"내가 얼른 걷기 연습해서 장 보아다가 당신 맛난 거 많이많이
해드릴께요"
아무 말씀도 없는 두 분의 대화가 들릴듯 해요.
앞으로의 내 모습을 보는 듯도 하고요.
'나도 저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저렇게 인생을 함께 늙어가는 것도 큰 복이라는데...'
하는 생각도 하고요. 사실
내가 눈물이 핑돈건 그 두분 모습이 부러웠기 때문이예요.
'두번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인생인데...' 하면서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요 며칠동안 마음 어지러운 내 자신이
'아직도 멀었구나!' 생각도 되고요.
사람이 실수를 할 때에는 나중 생각을 잘 못하쟎어요.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생각을 미처 못하고 실수를 하쟎어요.
나는 너무 자주 그래서 그게 탈이예요.
이젠 정신을 좀 차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좀 늙어가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