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크지 않은 냉장고를 열어본다.
빙그레 히죽히 몽글몽글 웃음이 내 입가에 번지어 귀에 걸릴 태세이다.
큰언니가 전북 장수에서 오셨다.
물론 집안 행사가 있어서 이지만....
큰언니는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세가지의 김치와 사과를 한아름 안고...
배추포기김치랑, 알타리,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 하지만 못 담는 꼬들빼기랑.....
큰언니는 언제나 서울에 볼 일이 있을 때는 잊지 않고 늘 여러가지 김치를
해 오시어 김치류 담는데 잼뱅이인 나를 행복에 겹게 해 주곤 한다...
큰딸이여서 일까?
언니는 엄마 같다.
늘 포근하고 따뜻해서 그리고 열심히 살아서 난 큰언니가 좋다.
내가 무지 어린아이 일적에 큰언니는 객지로 나갔다.
큰언니는 공부도 많이 못 하고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 가족을 위해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열댓살에 직장인이 되었던 것이다.
때때로 어린날의 추억에 잠기다 보면 초등학교 다니던 때에 언니가
명절이나 휴가 때 사다준 예쁘고 고왔던 옷들이 생각 나곤한다.
구비 구비 산고개로만 가득했던 시골 촌구석에 살았던 내가
언니가 사다 준 옷들을 입으면 온 동네사람들과 학교 친구들 선후배들의 사랑과 부러움과 예쁨을 한 몸에 받고 스타가 되버리곤 했던 기억들...
큰언니가 집에 내려오면 우리 슬레이트지붕의 집은 갑자기 온통 반짝반짝 윤기가 나고 맛있는 냄새가 며칠을 갔고 화장품 냄새가 싫지 않게 나곤 했다.
(어릴때 난 그 냄새가 언니의 냄새 인줄 알았다. 넘 좋은 냄새여서...)
(담배 냄새를 아버지 냄새로 착각 했던 것 처럼...)
배가 고프지도 않는데 난 괜스레 밥 한술에 김치 한 조각을 길게 찢어 입안에 넣어 본다.
아! 이 맛.......... 가슴이 터질듯이 행복해 진다. 이 깊은 밤에 아니 신 새벽에....
나는 부자다. 큰언니가 있어서 부자고 작은 언니가 있어서 부자고 엄살쟁이 새댁인 동생이 있어부자고 (그래도 젤 마음 통하는 친구 같은 동생이다)
늘 언제나 한결 같은 효자 오빠가 계셔서 부자다.
물론 울엄마는 내 가장 큰 빽이시고 기둥이시다...
23년여 전에 하늘 저 끝언저리 어디엔가로 가신 아부지는 이제는
가슴 한켠에 추억으로 계시고....
날이 밝으면 우리 가족 모두가 동생 아기 첫 생일 파티에 모이는 날.
모처럼 다 모이는 날이다.
이 신새벽 고로 난 한없이 행복함에 젖어 있다.
날이 밝아오는데 어깨 아프다고 진 종일 일도 않고 침대에 내 몸을
맡기고 있던 내가 밤을 새 버리고 있다. (청개구리도 아니면서...)
참, 박라일락님! 예쁜그림 감사해요. 저도 컴 공부 많이 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