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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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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베기


BY 철부지(이영윤) 2000-09-22

우린 오늘도 싸운다.
아니 싸움이라고 하긴 너무나 일방적인 내 발악의 연속이다.
그는 언제나 산처럼 서 있다. 어느땐 커다란 감옥의 담장같기도 하다.
어젯밤 이혼하자며 이혼해달라며 매달리다 울부짖다를 반복하며 잠이 들었건만 여전히 아무일 없는 얼굴로 퇴근하는걸 보았다.
난 또다시 내 존재가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는 끄떡없다.
난 그저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아이키우며 밥이나 지으며 때때로 그에 그걸 해결해주며 그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난 여름날 널부러진 개처럼 앞마당에 누워 혀를 길게 빼고 쉬어야 한다.
달리 할일이 없다.
젖을 물리고 누워있는 어미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차마 그 새끼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마냥 누워있어 주어야 하는 개처럼...동물처럼...
이렇게 무너져가는 나를 그는 붙잡지 않는다. 돌아보지도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그러다 말겠지 그러고만 있다.
그런 그가 너무 지독하고 징그러워 난 별짓을 다 한다.
그에 핸드폰을 부셔버리기도 하고, 그 몰래 아이들을 남겨두고 새벽에 집을 나와 보기도 하고, 욕하고 꼬집고 때리고 부수고 울고....아무리 미친듯이 달려 들어도 그는 나를 철없는 아내 이상도 이하도 취급하지 않는다.
얘기를 하자 하지고 않고 달래주지도 않고 그냥 제 할일만 한다.
난 나의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가 아닌 달걀로 바위치기임을 알고 전의마져 상실해간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 상실이 아닌지 모르겠다.
날 다독일 수 없다면 차라리 놓아주었으면....
헤어지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나는 내 인생에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철부지일까 그에게 갇힌 노래잃은 카나리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