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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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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어느 여름날


BY 띵호와 2003-05-30

아침에 엄마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한살베기 남동생을 업으셨다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아야 너도 엄마 따라가자하신다.
옆에 같이 앉아 밥을 먹던 두 여동생이 나도 나도 하며 따라나선다
치워라 우리 놀러 가는것아니다
엄마 일하는 동안 언니는 애기 볼거다.
엄마를 따라 차부에가서 붕붕 거리는 버스를탔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뒤로 밖을 보니 기다란 신작로로 하얀 흙먼지가
꼬리를 이으며 따라온다.
반드시 앉아 옆창문을 보니 길옆에 나무들이
버스와 달리기 연습을 하자며 같이 달려온다.
어느정도 갔는지 한 여름 더위에 살푸시 잠이 들려는데 엄마가 어깨를 흔들며 야 야 순이야 내리자 하신다.
내려보니 마을 앞을 커다란 정자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다.
엄마는 부지런히 앞장서 걸으시더니 어떤집으로 들어가 무슨말인가 주고받더니 애기를 내게 업혀주시며 낮에는 시원하게 나무밑에서 놀고 점심은 이집에들어와 먹거라 애기 오줌싸면 기저기 갈아주고 나는 속으로 엄마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러면 안된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몇 달전 아버지가 이웃동네 과수댁과 바람이 나서 집을나가신것이다
엄마는 별 말씀 안하셨지만 마을 사람들이 수군수군 이야기 하는걸 다 들었다.
뒤 늦게 엄마가 아시고 기차역으로 ?아가 아버지를 잡고 사정했지만 아버지는 매정하게 엄마를 밀치고 그 여자와 도망갔다는 거였다.엄마와 우리 오남매를 버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나신것이다.
한 밤중에 오줌이 마려워 일어 났다가 엄마에 소리죽여 우는 소리에 일어나지 못하고 나도 몰래 아버지를 원망하며 울기도 했었다.
엄마는 해넘어가기전에 오신다며 쭈뼛거리며 남의집마당에 서있는 나와 애기를 두고 마을넘어로 돌아가셨다.
낮에는 나무밑에서 그 동네 아이들을 따라 다니며 놀았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데 엄마는 안오셨다.
이제 깜깜한 밤이되었는데도 엄마는 안오셨다.
점심을 먹여주셨던 동네 아주머니는 들어와 기다리라고 하셨지만 나는 행여 아버지 처럼 엄마도 우리를 여기에 버리고 가신건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졸여 커다란 정자나무밑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커다란 정자나뭇가지의 그림자와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 부엉이 울음소리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온 몸이 오그라지는 느낌이었다. .
배가 고파 우는 남동생을 업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엄마가 영영 안나타나면 어쩌나 하면서...아아~아버지 처럼 우리를 버리고 안오면 어쩌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두운데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서 너 순이냐 하는엄마 목소리 나는 달려가서 엄마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
엄마는 꼭 안아주시면서 깔린 외상값으로 양식을 받아오느라고 늦었다며 아줌마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어두운데서 무섭지 않았냐며 달래주셨다.
나는 엄마가 날 버리고 간줄알았다며 더 서럽게 울었다.
엄마는 그런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너희들이 나에 전부라고 눈물을 훔치셨다.
그 뜨거운 여름 어느날 컴컴한 절망에 버림받은것 같던 여덟살 조그만 계집아이에 막막함이 떠오르면 가슴이 먹먹해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