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하면 하늘에 떠있는 최고의 별이다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것도 태양 때문이요 낮과 밤이 생기는 것도 태양 때문이다
고대에는 태양을 신으로 삼아 숭배했고 이집트에서는 왕을 태양의 아들(파라오)이라 칭하며 경배했다
태양은 만물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며 계절감각을 만끽하게 한다
나는 태양을 보면 일이 생각난다
일하는 농부가 생각나고 일하시는 어머니가 생각나고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아침일찍 일어나 뒷동산에 올라 소를 먹이면 부챗살처럼 떠오르는 태양은 실로 장엄하였다
그 아침의 태양을 오래 보면서 씨름하고 있으면 눈이 멀 지경이었다
그러던 햇님이 나를 따라서 드디어 재너머 밭에까지 왔다
여름의 뙤약볕은 콩꽃을 피게 하였고
새파랗게 달려있던 고추는 빨갛게 익어갔다
서너마지기의 담배밭에선 담배꽃이 분홍 분칠을 해가며 수줍게 피어오르고 있고 넓어진 담배 잎에선 담배찐이 푹푹 여름을 삶아내고 있었다
앞서 호미질을 해가는 어머니를 따라 잡을려고 부지런히 호미질을 해대도 어머니를 잡을 수 없고 뜨거운 태양에 그늘을 찾아 드러누우면 개미가 살위로 올라와 물어 뜯는다
여름의 태양은 축복이면서 나에게는 원성이기도 했다
챙 넓은 모자에도 긴 소매옷에도 불구하고 태양빛을 받은 몸은 새빨갛게 타들어갈 지경이다
오후가 되면 햇님도 기운이 다했는지 온정에 넘쳐 따사롭게 비추고 느리던 호미질이 바삐 움직이고 어머니의 코에선 선혈이 헤집어 놓은 밭고랑 위로 뚝뚝 떨어졌다
태양은 드디어 바위산을 넘을 준비를 한다
저수지에 비친 태양은 오색의 빛깔을 드러내며 마치 물고기의 비늘이 움직이듯 물위를 꿈틀댄다
점점 하늘이 빨갛게 되어가면 현란하게 주위에서 발산하던 빛들은 사라지고 새빨란 동그란 해덩어리가 하늘에 떠있다 -암전-
드디어 어둠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해가 숨는다 바위뒤로 자꾸만 숨더니 어둠이 찾아온다
그제서야 호미자루를 놓고 허리를 편다
수건으로 땀을 훔칠것도 없이 해넘어간 곳으로 부터 바람이 불어온다
물주전자를 챙기고 밭두렁가의 신발을 찾아 신다 보면 노곤도 한기도 한껏 밀려온다
덤풀을 헤치며 집으로 오는길
등에선 땀이 흥건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