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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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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넓은 가슴을 가진 내 어머니.


BY DOOLY007 2003-05-19

난 나름대로 착하고 바르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가만히 멈춰서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남에게 크게 해코지를 한 기억이나 남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인간에겐 부지불식 중에 저지르는 실수들이 많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난 밝고 명랑하게 사는 편이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주고 내가 있어 주위가 환해진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한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나를 이만큼이나마 올바르게 자라도록 해준 분은 바로 내 어머니이다. 내 어머니가 그런 삶의 본이 되어 주셨으니 말이다.
난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내 어머니를 사랑한다. 아버지에 대해선 마음 아픈 구석이 많다.
내 어머닌 남편복이 상당히 없는 여인이다. 없는 집에 시집가 폭군같은 남편과 시어머니에 시동생까지 거둬야 했다. 어머니 세대에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 고단한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유년시절의 내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셨다. 그리고 일방적인 아버지의 승리였다. 물건이 날아가고 상이 엎어지고 갖은 욕설의 끝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 어떤 날은 칼이나 망치 같은 살인도구까지 등장했다.
지금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 난 빨리 자라고 싶었다. 내 작은 몸집으로는 어머니를 보호해 줄 수 없었기에 빨리 커지고 싶었다.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매질로부터 어머니를 구해 낼 수 없었기에 어린 마음에도 피가 맺힐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가슴아파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횡포로 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악무셨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우리 자식들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언제나 피해있었다. 어머니가 늘 우리를 아버지로부터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내 어머니는 너무나 부드러운 분이셨지만 내적으론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환갑이 다된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청소일을 하시면서 일손을 놓지 못하고 계시다. 물론 지금은 살만 하신대도 말이다. 아버진 갈길이 멀지않은 이제서야 어머니에게 잘 해 주신다.
어머니는 가끔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반듯하게 커준 우리들을 보면 내가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은게 너무나 다행스럽다고 하신다.
자식들 모두 공부잘하고 비뚤어지지 않고 훌륭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걸 보면 너무나 고맙다고 하신다. 모두 어머니의 희생 덕분인데도 어머닌 우리에게만 잘 커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난 내 어머니가 마음의 부자라고 생각한다. 주위를 풍족하게 채워주는 빛과 같은 마음의 부자말이다. 어머닌 많이 배우지는 못하셨지만 대학나온 이 딸보다도 인생을 깊고 풍부하게 보신다.
어머니가 늘 해오시던 말 한 마디가 귓전에 쟁쟁하다.
"악한 것은 악한 것으로 갚으면 안된다. 악한 것은 선한 것으로 덮어야 악으로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