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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에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타향이라 마땅히 갈데가 없어 그냥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끝까지 가면 어디가 나올까 궁금하여 나섰는데
남양주로 가는길로 접어들더군요.양평으로 길을
따라 가면 강원도 인제가 나온다길래 둘이서
무언의 눈맞춤으로 "OK~" 했답니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오고나서 꼭 찾아가고싶었던 곳~
강원도 인제군 ?면 원통리(면이름은 생각이 안남).
백일도 지나지 않은 큰애를 안고 남편따라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들어가서 1년동안 살았었죠.
겨울이 되면 논두렁을 거침없이 탱크부대가 지나가면
집이 흔들거려 아이를 안고 무섬증에 마냥
눈물을 뚝뚝 흘렸답니다.
남편은 허구헌날 훈련에,GOP근무에 집을 비웠고,
한번은 아이하고 둘만 웅크리고 자고있는데 오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개미소리보다 더 작은 소리로 누구냐고 했더니
훈련중인 사병인데 식수가 다 얼었다고
물 좀 달라더군요.군복을 눈사람처럼 하얗게 뒤집어 입은 사병에게
욕조에 받아놓은 얼음물을 바가지로 깨뜨려 퍼 주었던 일....
그해 10.26사태가 일어나서 통금때문에 아이가 아파도
병원도,약사러도 집밖을 나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했던 기억들.....
이제는 부대앞에 있었던 조그만
동네도 없어지고, 우리가 살았던 사택도 흔적없이 사라졌더군요.
그런데, 읍내에서 지나치는데 길 언저리에 작은 성당이 보였습니다.
'원통성당''이더군요.내 눈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유일한 건물이었습니다.너무 반가워서 손뼉을 쳤어요.
큰아이가 그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죠.
낯선 곳이라 대부를 정하지 못해
난감해있는데 신부님이 웬 군인아저씨를 대부로 세워주셨는데
그 당시에 포대장(대포부대 중대장)이었습니다.
군복차림의 대부님은 큰애를 안고 찍은 사진이
아들의 앨범속에 있는데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답니다.신기한것은 지금 우리 아들이 포대장을 하고
있다는겁니다.남편의 병과는 통신이었는데 아들녀석은
뜬금없이 대포부대를 지원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죠.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라는 그 당시의
유행어를 추억속으로 남겨둔채 돌아 나왔습니다.
그때는 그 주변이 그렇게도 아름다운
수려한 경관이었는줄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레프팅과 번지점프,패러 글라이딩,
산악자전거,모험 등,
레포츠관광지로 변해있었습니다.다양한 그린색으로
물들은 아름다운 산과 맑은 강물은 살던집을 찾지못한
서운한 내 마음을 싹 씻어주더군요.
우리의 山河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줄 미처 깨닫지 못했어요.
한계령을 넘어서 속초로.고성으로.휴전선 155마일
최북단까지 가서 망원경으로 가깝고도 먼 북한의 금강산줄기인
구선봉,비로봉,수정봉,일출봉,해금강,외금강이
손에 잡힐듯이 눈앞에 있으니 그 모든것이 남쪽에
붙었는지 북쪽에 있는건지 육안으로는 어찌 알수 있을까요.
철조망만 걷으면 같은 영토,영해인것을
억지로 구분을 지으러 하다니....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 분단의 비극이겠죠.
굽이굽이 진부령을 넘어서 돌아나오는길에
저 골짜기만 올라가면 백담사가 있다하더군요.
기실, 백담사는 민족시인이신 '만해 한용운'님이
그 유명한 '님의 침묵'을 집필한곳인데,그렇게 알려진것보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칩거한곳으로 유명해져서
빠지지않는 관광코스로 되었다죠.
넘어오는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아름다운 풍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습니다.기암괴석과
폭포,계곡,녹색의 원시림과 어우려져 12 병풍속의
그림이더군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에게 남편은 그저 허허 웃더군요.
'경상도 촌놈이 강원도에 오더니 정신을 못차리네'하하하...
춘천에서 군 복무중인 아들을 만나서 이른 저녁을 먹고
부모가 탄 차가 모퉁이를 돌아설때까지 서있던 아들.
중위월급이 얼마 된다고 저녁값을 지불한다며
아들녀석은 자기 카드를 내밀길래,
'아직은 아빠가 능력이 있으니 이 다음에 정년 퇴직 하시고 나면
그때는 당연히 네가 계산하거라'. 그랬더니,머리를 긁적이며
씩 웃는 아들 놈이 참 많이 대견스럽더군요. 남의집 아들들은
빨리도 제대하더니만 우리 아들의 군복무는 왜그리도
길게느껴지던지..아마도 우리나라 어미들의 다같은 마음일겁니다.
어느새 28개월의 군복무기간을 한달 남짓 남겨두었네요.
가끔씩 계획없이 일탈을 하는 것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것 같애요.어제는 그 여력으로 덮어두었던 집안 대청소를 하고,
오늘은 마트에 나가서 장을 봐다가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나니
마음이 넉넉한 아낙이 됩니다.시계를 보니 벌써 남편의
퇴근시간이군요.
흐르는 노래는 다들 아시죠?
Johnny Horton - All For The Love A Girl
옛날 옛적에 가사,내용적어 줄기차게 외워가며 불렀던 추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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