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한번 망가져 보는 거야... 살다보면 한 순간쯤 내 생각 내 본능 감정에 나를 한 번 던져 보는 거야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 쌓인 듯한 공간적 삶이 지쳐갈 즈음에 불현듯 찾아온 생각이다. 미친 짓(?) 미친 짓(!) 미친 짓 (...) 어느 것 이여도 상관없다. 어쩌면 삶에 아름답고(美) 친밀(親)하게 다가온 내 본능의 짓거리가 될지도 모르지... 오래 전 낯선 푸른 눈의 사람들 틈새에 끼어 말보르 담배 한 갑 샀다. 낱개로 판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면 담배 갑에서 톡!! 하니 꺼내는 손끝의 맛도 느끼고 싶어서..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데 괜히 주변이 두리번거려짐은 아마 결국 내가 내 틀을 깨지 못함에서 오는 두근거림이리라... 지금은 아니어도 어느 날 미친 듯이 불어닥치는 그 순간에 내 정형의 틀을 깨보려는 계획치고는 꽤 유아적 발상인 것 같았지만 결국 생각의 폭이 좁고 보니 .... 사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 나를 보는 이가 있다면 아마 그렇게 생각하겠지 참 닮은 여자도 있구나..... 담배를 사는 일이, 담배를 피우는 일이 보통의 생각으로 왜 망가지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외형적 모순의 틀을 깨는 하나의 행위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람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각자 생각 속에 만들어진 틀이 있다는 것 그 중에 내게는 담배를 피우는 일이 그런 일 중에 하나이다. 여자는 늦은 나이에 찾아드는 파괴적 본능과 그것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가슴을 치 받는 억울함과 엇물려 스스로의 만족감으로 헤아리는 자기 삶의 당위성을 가지고 세월을 곰씹는다. 아내의 자리든, 어미의 자리든 때론 그 자리에서 좀더 멀리 떨어진 '나'를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남자들이 '일' 그리고 '가장' 이란 이름으로 여인들의 가슴에 헛헛함을 줄 때 여자들은 더 진한 본능으로 그 자리를 지켜옴을 많이 보았다. 이제 나이 들어 그 지킴 이의 자리가 허술해 질 때 잔물결의 일렁임처럼 찾아드는 허허로움을 웃음을 대신하며 떠드는 친구들의 메마른 소리들이 가슴이 찡 하다. 나 역시 그랬다. 아이 군대 문제이야기 끝자락에 많은 생각이 뒤엉키기도하고 며칠 밤을 새워 매달려 뭔가를 해 보기도하고 읽어지지 않는 책을 의무감에 읽어대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하루 온종일 초라한 노인의 몸짓으로 소파에 구부려 잠을 청해보기도 했다. 그 무력감에 일어나 결국 담배 한 갑 샀었다. 이제 하늘만 본다. 이제 그날이 오기만 기다린다. 내가 내 생각의 틀을 깨고 그저 감성과 본능과 시간이 일치될 그날을... 허나,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이불 빨아 널어놓고 날이 궂으면 궂은 대로 부엌 서랍 정리하고. 몰래 몰래 만져보는 말보르 담배가 물 때, 손때, 먼지 때가 덕지덕지한 것은 아마도 아직 때가 안돼서인지...... 아니면 영원히 그 틀을 두려움으로 깨지 못함인지.... 자연인으로써 사람이기보다는 여자란 틀... 아내라는 틀... 어머니란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