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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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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에 사는 아름다운 그 분들에게.


BY 억새풀 2001-09-01

초보 중에서도 왕 초보 직장인.
아니 이제 두 서너달 되가니 왕 초보는 아닌 셈이다.
요즘은 출근하는 아침 공기도 훨씬 신선하고 약간은 살랑하다고 하면 좀 이른 표현일까!

오늘은 매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벌써 성질 급한 낙엽 나부랭이를 발견하고 나니 잠시나마 맘이 좀 이상터라.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낯익은 얼굴들이 아는척 해주고
동네 꼬마들이 "아줌마 안녕하세요?"하며 인사한다
동네 수퍼 이다 보니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요
맨날 보는 사람들이라 그저 편하게 지내며 인사하고 지낸다.

그 손님들 중에 맘을 찡하게 하는 분이 두 분이 계신데
오늘 그 분들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 수퍼에 오는 단골 중에서도 왕 단골
그 분은 하루도 빠짐없이 어디 하루 안 보면 병이라도 나는 것일까?
오늘도 여전히 유모차 밀고 허스름한 수레 끌고
예닐곱 먹은 이쁜 손녀 하나 둘 데리고
풍체 좋고 인정 많아 보이는 헐렁한 몸뻬 바지.
그렇다.
한마디로 맘씨 좋은 할머니 모습이시다.
우리 수퍼 직원들 그 할머니 보면 모두들 반가이 맞이한다.
정말로 내 할머니 인냥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오실때 마다 손주들 먹일 과자니 아이스 크림......
하여간 거의 대부분 아이들 간식 거리를 매일 사들고 가신다.

올 여름 그렇게도 더웠음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는 모습 보지 못했고
항상 친절하시고 항상 인정스러우셨다.

오히려 우리들 보고 웃으며 한 마디 하신다.
"아이구 더븐데 수고 하이소"

나중에야 그 분이 외손주 친손주 아이들 5 명을 보고 있다는 말에
난 그 할머니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 졌다.
더구나 그 할머니 연세 72 이라는데.........

할머니!
건강 조심하세요.
할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아직까지도 손님이 많거나 하면 괜히 맘이 급해지니
자판 두들기는 것이 착오가 날때도 있고
게산 잘못해서 거스름돈 다시 내어 줄때가 있으니 이럴때는 참으로 손님에게 미안하여라.

그런데 하루는 한 아줌마가
"아줌마 아줌마가 계산 잘못해서 내가 돈을 더 받아 와서
이 돈 아줌마가 물어 넣을 까봐 내가 돈 가지고 왔어요.
"그래예?아이구 고맙꾸러.고맙습니데이."

가지고 온 돈은 사백원 남짓했다.
맨날 보는 그 아줌마였다.
가슴이 찡하니 기분이 뛸듯이 좋았다.

더욱더 놀란것은 그 영수증 날짜는 2 3일 지난 후인 것이였다는 것이다.
그 아줌마의 정성이 너무 이쁘고 감사했다.
돈 이 삼백원 틀려도 난리 치는 아줌마가 있는 반면에
자기가 돈을 더 받았음에도 그것을 기꺼이 돌려 주러 오는 그 아줌마의 맘씨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아직도 이렇게 내 이웃에는 사랑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아마도 난 이 분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리라.
내일이면 또 볼테지만
"아줌마 고마워요"
맘속으로 또 한번 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