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4월은 잔인했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또 그 사실을 안 순간 남편이 집을 나가고...
5월이 되었건만 나의 마음도 그의 마음도 열리지가 않는다. 좀처럼.
그는 더이상 나와 살 수 없다고 하고 나도 살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못 해 주겠다 하고...
우리의 상황이 빠른 시간내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5월에 어린이날이 있었고 결혼기념일이 있다 할지라도...
그는 전화 한통화 없다. 물론 나도 하지 않는다.
참으로 서글프고 또 서글프고 분노하게 되는 나날들이다.
하지만 난 요즘 나 자신 마음의 평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나의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 감사할 일을 생각해 보자.
우선 아이들이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아빠 사랑을 못 받고 있지만 방긋방긋 웃으면서 잘 크고 있다.
-그 사람은 평상시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또 아기를 사랑할 줄 모른다. 그래서 아기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
또 친정 식구들이나 시댁 식구들이 나를 위한 좋은 말씀들을 아끼지 않는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교만했었는지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들으면서 깨닫는다.
또 무엇이 있을까? 그래 적어도 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리고 그 사람 참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오랜 연애 기간 동안 그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냈고 결혼해서도 그 사람 나와 많은 대화는 안 했지만 나름대로 나에게 잘 해 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방법이 내가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적어도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할 줄은 모르지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과 권한, 힘은 아이들이 커 갈수록 보탬이 되리라. 나는 소외되고 외로울지라도...
또... 그래 나에겐 일이 있다.
지금은 비록 아이들이 어려 아이들 키우는 것에 얽매여 있지만 이것도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은가? 온전히 아이들만 키울 수 있는 것도 나에겐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또 다시 복직하면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많은 감사한 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난 외롭고 쓸쓸하다.
그리고 그토록 믿었고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날 모든 것을 다 내팽겨치고 집을 나가니 참으로 허망하고 어이없다.
그에게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난 그 사람에게 브레이크가 되고 싶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자.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자. 그동안 나의 욕심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을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 자책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적어도 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지금도 노력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은 잔인했다. 나에게...
5월은 푸르르다지만 나에게는 암울하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나를 성숙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내 껍데기를 또 한꺼풀 벗기는 그런 시간들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