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박 사일간의 딸아이 없는 공백이 내겐 참으로 무료하다.
요이땡! 하고 눈만 마주치면 갖은 수다와 장난 그리고 다툼..
친구처럼 애인처럼 그리 잘 지내다가도 딸아이와 난
작은 의견에도 곧잘 부딪히고는 한다.
라면을 한개 끓여도 딸아이는 후루룩~ 끓으면 가져다 먹는데
난 완전히 푹~ 고아야만 그진맛을 느낄수가 있어 가스렌지위에 일삼아
올려놓고는 세월아! 네월아를 해서는 한나절을 또한 일삼아 먹는다.
" 이구~ 촌스럽게 라면을 아주 퉁퉁 불려서 먹고 그래 엄마는? "
딸아이의 퉁명에 난 맞 대답을 한다
" 그러는 넌? 도시스러워서 라면을 면냄새도 가시지 않은채로 먹고 그러니? "
서로가 흘겨보는 눈.
" 앞머리좀 제대로 핀 꼽아 올려라 말끔하게 "
" 에구~ 촌스러 촌스러. 엄마는 깻잎머리도 몰라? 앞머리란 이렇게 내려야만 되는거라구 "
아이는 정성스레 흘러내리는 앞과 옆머리를 헤어왁스를 묻혀가며
매무새를 다듬는다.
난 아이에게 시원스레 이마를 내 놓기를 바라고
아이는 유행따라 약간의 앞이마를 가리기를 원하고...
우린 그날도 그렇게 부딪혀 본다.
서로의 가슴을 만지며 서로의 엉덩이를 만지며
" 엄마 가슴은 왜케 없어? 적어도 나 정도는 되야지~~이
엉덩이는 또 이게 뭐야? 내것좀 뗘줘? 말만 잘해 내 엉덩이살좀 뗘줄께 "
" 아띠~ 이 지저바야. 난 뭐 날때부터 가슴이 이케 작은줄 아냐?
세월이 이 오마니 가슴을...엉덩팍살을 몽땅 가져간걸 갖고... "
" 이구~ 엄마는 원래가 작았잔아. 내 몸매는 완전 죽여 아주 환상이라구~ "
" 그래? 그럼 함 만져보자 "
키득키득 깔깔. 히히 하하.
아이와 난 그자리에서 자지러진다.
서로의 가슴을 만지며 서로의 살내음을 맡으며 우린 친구같은 모녀간으로 살고 있는데
녀석이 제주도로 삼박사일간 전지훈련을 떠난것이다.
사격을 시작하면서부터 간간히 서울로 청주로 인천으로
그렇게 전지훈련과 시합으로 인해 며칠씩 집을 비웠어도
별다른 감정도 느낌도 없었는데
제주도라는 조금은 먼 곳으로 가서인지 요번에는 사뭇 허전하다.
아침한끼 남편과 밥을 나누어 먹으면 하루왼종일을 혼자이다.
하숙생아이도 딸아이가 없어 그런지 친구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멀건히 누워도 있다 인터넷으로 고스톱도 치다
동네마당까지 한바퀴 쓸고 들어와도 시간은 흐느적 거리며 간다.
딸아이가 돌아오는날.
몇번씩의 시계를 보아도 아직 도착을 하려면 멀었는데
자꾸만 시계쪽으로 시선이 가진다.
여덟시삼십분 비행기라고 했으니 도착하려면 족히 열시는 넘어야 하건만...
남편에게서도 딸아이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
도착했다는 핸드폰을 받고 현관과 대문밖 외등을 켜고
저녁바람이 쌀쌀한듯 하여 상의 하나를 걸치고 막 현관문을 열려는데
우당탕 쿠당탕~ 이야호이~ 이야아~ 저리가
혼자의 몸에 여럿의 소리를 내며 딸아이가 들어선다.
" 너 왜케 일찍와? "
" 엄마, 엄마... 있쥐이 "
엎으러질듯 고꾸러질듯. 아이는 숨가삐 제 엄마를 부른다.
" 이거 있쥐, 엄마 풀러보면 아마도 깜짝 놀랄거야 "
선물꾸러미인듯 보통크기의 상자하나를 내 몸에 엉기듯 들려준다.
" 얌마! 인사부터 하고 "
" 응? 알써 다녀...엄마 빨랑 풀러봐 엄마 보면 아마 기절할거야 "
" 우쒸~ 인사부터 하라니까아~ "
" 응? 아예! 엄마. 다녀왔구요 빨랑 풀러봐 "
" 제대로의 인사좀 하시게 "
" 넵! 오마니! 딸래미 다녀왔읍니다 "
그제서야 아이는 차렷 자세에서 구십도로 허리까지 숙인다.
내 품에 얌전히 들려있는 선물을 아이는 인사후 숨을 고를새도 없이
빼앗듯 다시 제 손으로 넘겨가져가서는 바삐 제손으로 풀어보인다.
" 봐봐. 엄마. 엄마 되게 좋아하는거지?
엄마 진짜 딸래미한테 감동 먹었지? "
헉! 옴마야~ 시사나...
" 이게...엄마 선물이니? "
" 응. 내가 이거 고르느라고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엄마 좋지? 그지?
제에미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딸아이는 한라산 소주 두병을 각기 양손에 나누어 들고는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며 싱글이고 벙글이다.
아후~ 이 선물을 고맙다고 해야하나.
" 엄마. 열라 고맙지? "
" 아니, 졸라 고맙다. "
서로 인터넷을 하고 가끔은 피씨방에서 채팅도 하는지라 딸과난 채팅용어를
그렇게 스스럼없이 잘도 써댄다.
" 근데 아빠것은? "
' 여기 있어. 키고리하고 유채꽃향비누 "
" 너 돈 많이 ?㎞渼?"
" 아냐 엄마 선물만 내 돈으로 샀고 키고리하고 비누는 코치님이 부모님 선물로 준거야 "
" 그럼 아빠 몫도 사왔어야지 "
" .... "
" 얌마! 딸. "
" 아, 그냥 소주 두병이니까 한병씩 나누어 마셔 "
일어나 씻는다며 욕실로 향하는 딸아이에게 난 아주큰 소리로 물어본다.
" 하이딸. 이 선물은 엄마에게 보약이 될까? 독약이 될까? "
" 아이참 엄마도... 조금 마시면 보약이 되는거고 많이 마시면 독약이 되는거니까
당연히 조금만 마셔야되지. 엄마는 그것도 몰라? "
단순하기가 한없는 내 딸아이
그저 제 에미 술 좋아한다고 공항내 면세점을 돌고돌아 고르고 골라 사온
제주도 한라산 소주두병.
독약으로도 보약으로도 마시지말고 고이고이 잘 놓아두었다가
이다음 사위 얻으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