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야그를 보니 저두 생각나는 야그가 이떠여.
지난 여름이었쪄. 우리 동네는 아직도 5일장이 열리져.
푸성귀, 채소,,, 2000원 이면 한보따리씩 주거등여?
그 날도 땀이 찔찔 흐르는 무지 던 날이었어여.
참하게 생긴 수박을 트럭에서 파는 거여여.
"그래! 이래 던 날은 수박을 머거서 더위를 내리자! 내 싸랑하
는 신랑과 애를 위해서,,,"
참 싸다는 생각에 덜컥 샀져. 무지 큰 눔이었져.
그 눔을 들고 열발짝 걷곤, 후회 무지 했떠여.
큰 눔인 만큼 엄청 무겄거던여.
장과 울집은 버스로 한코스 가량 떨어졌거덩여?
맨몸으루 집꺼정 걸어와도 땀이 옷을 다 적실판인데,
7-8킬로 정도 되는 수박 한통을 손바닥이 끈킬정도루 들고 왔으
니, 싸기는 커녕 도로 본전 생각이 들더라구여.
그럭저럭 울 아파트 후문에 접어들었져.
울 아파트 담장 안쪽으론 죠깅 코스가 있져.
우레탄 깔린거, 아시져?
평소에 축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 날은 특별히
수박축구를 했져.
울 집 입구꺼정 굴려왔는데, 도중에 놀이터를 지나왔겠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보더니, 눈이 뚱그레져갖곤,
"야! 수박축구다!" 하는 거여여.
못들은척하곤, 계속 굴렸져.
수박 굴리는것두 허리 꾸부려서 손으로 굴리려니 넘 힘들구,
해서, 발로 굴렸는데여. 살짝 굴리믄 쬐끔 구르곤 외야루 빠지
구,,,것두 쉬운 일이 아니데여?
집 입구에 와서야 손에 쥐고 왔겠져?
수박을 쓰다듬으며 그랬져.
"수박아! 미안허다! 내가 뭐,,,니가 미워서 그랬겠냐? 무거워서
그랬지! " 함서 쓰다듬어 줬져.
수돗물에 씻어서 냉장고 넣다가 꺼내서 반으로 쩍 가르니,
빠알간 것이 씨두 마니 엄꾸 잘 익었대여?
맛여? 끈내주더만여.
신랑과 애는 맛있다며 단번에 수박 반통을 죽였져.
울 신랑과 애는 안즉도 몰라여.
이거,,, 비밀이야여. 아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