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2

[혜인이 시리즈 1]풍선의 풍자


BY 후리우먼 2000-06-14


아이랑 같이 항공사 빌딩에 항공권을 사러 갔었다.
부지런히 볼일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풍선을 불며
다가 와서는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주웠다며 마치
뭘 얻어서 횡재한 기분으로 아주 흡족해 하고 있었다.

물론 청소는 깨끗이 했겠지만, 내가 본 풍선은 먼지 투성이여서
여간 더러운게 아니었다.
버리기를 권했지만 아이는 그것이 몹시 아까웠는지 싫다며 자꾸 입으로 가져갔다.

나중에는 어쩔수 없이 이따 가다 사 준다는 조건을 달고 버리도록 했다.
아이는 결국 버리기는 했지만, 몇번이고 사 줄것을 다짐받는 것이었다.
꼭 사준다고 했는데도....계속..

일을 마치고 오는데 차 안에서도 아이는 계속 풍선얘기만 해댔다.
도중에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면서 살펴봐도 그곳엔 풍선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기로 하고 오는데 아이는
또 다시 풍선을 읊어대는 것이었다.

날씨는 덥고 머리속은 다른 일로 복잡했던 나는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아이의 풍선타령에 급기야는 머리 속이
빵빵한 풍선으로 꽉 차버려 금방이라도 뻥하고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결국 인내에 한계를 느낀 나는 아이한테 버럭 고함을 질러대고 말았다.

한번만 더 풍선의 '풍'자를 꺼내기만 하면 풍선은 절대 안 사준다고.....

순간 갑작스레 일격을 당한 아이는 그제서야 비로소 사태를 파악한듯
얌전히 꼬리를 내렸다.
짧은 시간 침묵이 흘렀고 거침없이 내질러버린 한 마디를 후회하고 있었는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입 다물고 눈치를 보고 분위기를 살핀 아이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엄마!! 그럼 '선'자는 말해도 되죠??"

순간 나는 할말이 얼른 떠 오르지 않아 그대로 화난척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순진하다.
그리고 순수하다. 또한 맑다.
이런 순진한 마음은 우리 어른들은 절대 흉내낼 수 없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