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로이터) - 노인을 돌보는 일은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 자기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처지인데도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지적됐다.
미시간 대학 스티븐 카츠 연구진이 70세 이상 미국 노인 7천44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이든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가정에서 보살핌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혼 여성들에게 더욱 두드러져 자기 자신도 몸이 불편한 기혼 여성들이 남편의 수족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거동이 불편한 남성들 가운데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답한 사람은 44%인데 반해 여성들은 11%에 그쳐 현격한 차이를 보여 주었다.
심지어 건강한 남성들도 상대방을 보살펴 주는 역할을 이행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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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엄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건강하지만.. 속으로는 갖은 골병이 들어 딱히 병명은 없지만 늘 비실비실하는 약골들이다... 입만 벌리면 아프다.. 피곤하다 소리를 달고 사는 우리 두 모녀의 가장 큰 걱정은 "말년"이다..
엄마는 입만 벌리면...
"난 말이다.. 만약에 몸을 못 쓰게 되면, 그래서 너희아빠 밥도 못해줄 정도가 되면 집을 나갈 거다.. 내가 밥도 못해주면서 있어봐라.. 너희 아빠가 나한테 얼마나 신경질을 부리겠냐??? 나는 나가서 혼자 살란다.. 밥 못 끓여먹으면 굶어 죽으면 되는거고..그게 차라리 속 편하다.."
나는 이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아빠는 부지런하고 손끝도 왠만한 여자 못지않게 야무지기때문에, 엄마의 말년은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빠는 병약해진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돌보고 엄마 역시 잘 돌볼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의 남편 병규다...
언젠가...나는 병규에게 넌즈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병규야.. 너 내가 말야.. 네 밥도 못해줄 정도가 되면 돈 많이주고 깨끗한 기관에 보내라.. 그리고 사흘에 한 번씩 나를 보러 와 다오..."
그러자.. 병규는..
"무슨 소리야? 살아도 같이 살고..죽어도 같이 죽는거지.. 정 안되면 부부가 같이 살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기로 하지..."
그랬다...
그 때는 아마 신혼이었나보다...
하지만...
내가 그로부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고..(고작해봐야 일년안이다.. 우리가 결혼한 지 일년밖에 안 되었으니..)치매노인과 그로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다가...나는 그에게 다시 확인했다..
"병규야.. 내가 저 지경이 되면.. 날 반드시 기관에 보내라.. 괜히.. 나에 대한 의리랍시고.. 나를 붙들고 앉아 딸,사위 마음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그러자.. 병규는...
"음...."
하고.. 대답을 회피한다....
곧 죽어도 아줌마 한 명을 써서 나를 데리고 살겠다느니.. 부부같이 가는 요양기관을 알아보겠다느니.. 하는 말은 절대 안한다...
직장동료들 사이에...
"애니콜은 한국지형에 강하고.. 병규는 스트레스에 강하다."
라는 말을 듣는다던 병규는 無스트레스에다가 힘든일, 몸 상하는 일은 절대 안하며.. 매일같이 비타민을 한알씩 꼭꼭 복용하므로.. 그는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천세를 누릴것이다...(어쩌면 만세를 누릴지도...흑흑.. 달아.. 너희 아빠를 저토록 엄청난 건강체질로 낳아놓으신 할머니를 부디 용서해라...)
하 지 만...
만성두통에.. 어깨결림.. 요통, 스트레스성 위장병 등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는 나의 수명이 그에 비해 짧을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하다.. 게다가 나는 몸에 존 것은 골라가며 안 먹으며.. 몸에 백해무익하다는 그래서 병규는 입에도 안 대는 지방 덩어리인 삼겹살과...당분이 엄청 높은 초코파이가 나의 주식이 아닌가....
딸아이 똥 한 번 제 손으로 치운적이 없는 남편 병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나의 사랑스러운 딸 달이가 시집을 가서 첫 아이 산후 조리만큼은 내 손으로 해줘야한다.. 그 때까지는 치사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철저한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았더니.. 뒷골이 땡겨온다.. 고만 쓰고 가서 좀 누워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만병통치약이라고 티부이에서 한 번 떠들어제낀후 온 나라에 고갈상태가 왔다는 그 신비의 묘약 비타민C를 한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