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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21

마석가는길...


BY 빨강머리앤 2003-04-21

서울살이를 얼마나 했는지,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서 꽤 살았습니다. 정도 많이 들었지요..
그래서 마석으로 이사를 결정했을땐 마음이 참 아팠어요.
이 정든것들 이대로 두고 떠나도 누가 뭐라고 할사람
없는데 마음이 짠해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였지요.
마석에 가면 내가 그토록이나 원했던 삶을 살수도 있는데
여기 두고 가는 정든 사람, 정든것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한동안은 우울하게 지내곤 했답니다.
마석이란곳을 저번에 집을 정할때 첨 다녀왔네요.
서울에서 다소 떨어진곳,
여기로 할것 같으면 서울의 서쪽끝 동네인데,
정반대 방향인 동쪽으로 가야 하는일이
아득하게 여겨졌는데 막상 가보니 그리 먼길이 아닌걸
알고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삼십대를 지나 사십으로 가는 마음이 이렇네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이토록이나 어려운 일인줄
내 진작 알았더라면 했습니다.

마석이란곳을 클릭해 보니, 주변에 멋진 곳들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일단은 다산유적지가 있어서 반갑고 주변에 널려 있다시피
마석을 감싸고 있는 산들이 있어서 좋더군요.
마흔일곱곳이라든가요?
그곳에서 가볼수 있는곳이 그렇다네요.
부지런히 다녀도 일년안에 다 못볼것 같다는
행복어린 푸념도 할만큼 이젠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를
품어 봅니다.

그래도...마음한편이 아릿합니다.
아이를 매개로 해서 만났지만, 첫번째 학부모가 되는
엄마들 끼리 모임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만나곤 했던 지라,
그세월이 고스란히 정든탑을 쌓아 두어서요..

비디오 가게를 가기위해 아파트를 돌아가면
초여름날 산딸나무가 층층히 별처럼 환한
꽃을 피우곤 했던 그 산책길도 이젠 추억의 길이 되겠구요,
이젠 얼굴 보기 힘들어 지겠다고 일부러 불러내서
맛난 점심을 사주고, 근사한 곳에서 향기그윽한 커피를
사주던 미소가 고운 이웃을 이젠 메일로나 만나며
그 정을 지켜나가야 하겠지요.

가기전에 차라도 한잔하자며 인사말을 건네는
따뜻한 이웃분들이 저의 마음을 더욱 울리는 요즈음입니다.

일주일 후면 이공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갑니다.
마석으로요,,,, 마석 사신분 어디 없나요?

마석가는 강변에 부드럽게 연두색머리를 흘러내린 버드나무가
인상적이었던 사월, 이젠 산허리를 하얗게 감싸며
미풍에 진한 꽃향기를 풀어헤칠 아카시아 꽃사태를 보러
마석으로 가는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