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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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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68) 엊저녁 잠이 안 왔어!


BY 남상순 2003-04-14

노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
둘이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거든?
할매는 몹시도 코를 골았고
할배는 이를 밤새 부득부득 갈았던 거야

서로 먼저 잠들려고 애를썼지.
코고는 소리에 잠 못들까봐 먼저 자겠다고 선언을 했고
이 가는 소리 안듣고 잠들려면 먼저 잠들겠다고 쿨적쿨적 웃어대면서
호젓하지만 쓸쓸한 침대는 편안한 웃음이 피어올랐지.

서로 먼저 자겠다고 보채다가
잠들기를 포기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오는 5월5일 장가를 간대요."
"오잉? 그럴수가...일년도 안 되었자나?"
"일년은 넘었지...벌써"

투병중이던 아내는 남자를 몹시도 괴롭게 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여자에게 너무 지쳐있던 그 남자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줄 알았다.
나이도 벌써 60을 훨씬 넘었으니까...
그런데...열살 아래된 여자와 결혼을 한다네.

할매는 공연히 쓸쓸해 졌던거야

새장가를 들 수 있는 나이에 죽어주는게 좋을까?
온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아늑함이 되어줄 수 있을까?
늙어가며 오래오래서 함께 홀연히 잠자드시 떠날수 있을까?

"당신도 새장가 들게 내가 먼저 죽어줄까?"
"쓸데없는 소리!"

두 노인네들 손을 꼬옥! 잡고 비비다 스르르 등돌리고 잠들었지.
코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리는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코고는 소리가 안들리면 적막한 할배와
이가는 소리가 안들리면 잠못드는 할매는
밤이 길어진 것이 야속할 뿐이라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