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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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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대가리가 왜 싫었냐구?


BY shj117 2003-04-07

우리 자매들은 노래를 참 잘한다.
하지만 난 나중에 노래방기계가 나오기 전까지는 노래랑 나는 웬수지간인 것처럼 별개로 생각했었고 언니, 동생들 또한 그런 날 음악은 영 잼병으로 치부했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끔한 사건이 또 있었으니 나도 참 그렇게 곱게 자란 애는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2.3학년때 쯤이지 싶다.
그날 음악시간엔 노래를 하지 않고 선생님께선 시험지를 돌리셨다.
아마 10문제짜리 간단한 객관식 시험이 아니었나 싶다.
그날 시험이 다 끝나고 옆 짝꿍과 시험질 교환해 채점을 한 결과
우째 이럴수가....
'0'점이었다. 내 시험지 내 이름 옆에는....
참고로 난 그때까지 빵점이란걸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로 남들만큼 비슷하게 공불 했는지라 너무도 놀래고 챙피해서 고갤 제대로 들수도 없었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 와서는 시치미 뚝 떼고 가방속에 시험질 깊숙히 깊숙이 감취두고 집 밖에 뛰어나가 노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그날 밤에 터지고야 말았다.
평소 딸들의 숙제며 가방을 별로 관심깊게 챙기지 않았던 엄마였는데 그날은 무슨일인지 마루에 던져져 있던 내 가방에 유난스레 애착을 가지고 교과서며 필기구등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다가 뭔가 삐죽히 드러나는게 있어 뭔가 하고 평온한 얼굴로 그걸 들여다본 엄마 얼굴엔 일순간 회색 어둠이 짙게 깔리고 '이눔의 지지배... 어디 들어오기만 해봐라'하고 벼르고 벼르고 계셨던 거였다.

내딴에 깊이 감췄다고 생각한 시험지이건만 그게 감춰봤자 책가방안이고 뛰어봤자 책갈피 사이인지라 얼굴 벌겋게 뛰놀다온 나는 무슨 아닌밤중에 홍두께를 맞은 것처럼 엄마손에서 내 빵점짜리 시험질 보고 입만 떡하고 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었다.
그일로 난 엎드려 뻗쳐 기압을 받아야 했으며 그걸 다 지켜본 언니 동생은 날 구제불능아처럼 봤엇구 난 오히려 내게 이런 시련을 안겨준
음악....콩나물 대가리가 그때부터 웬수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웬만해서는 건드려도 보는 학교 오르간을 무슨 염병보는 것 마냥 몸서리를 치며 다니게 되었었다.

어떻게 빵점을 다 받을 수 있는지 할려고 해도 못하는 점수다...